[카드뉴스] 시간 지나며 달라진 가정의 난방...‘연탄’의 역사
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광주의 유일한 연탄공장이 지난 4월 7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오랜 역사가 깃든 곳이지만, 줄어드는 수요에 폐업한 것이다. 가스의 보급과 전기 제품의 일상화로 이제 가정에서는 연탄이 잘 쓰이지 않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쓰인 연탄의 역사는 어땠을까.
연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주로 산업용으로 쓰이다가 1950년대부터 가정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는 석유나 보일러가 비싼 편이었기에 대부분 가정이 겨울철에 연탄을 사용했다. 이는 1969년의 시대상을 다룬 만화 ‘검정 고무신’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이후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 ‘안녕?! 자두야!!’에는 등장인물 중 연탄 가게 딸인 여자아이가 나온다.
지금 사용하는 연탄은 ‘구공탄’이라고도 불렸다. 벽돌 모양에 2~3개의 구멍이 뚫린 연탄이 쓰이다가 원통형에 9개의 구멍이 있는 연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총 19개 구멍이 뚫린 연탄을 ‘십구공탄’이라고도 했으나, 나중에는 구멍의 수와 상관없이 모두 구공탄이라 말했다. 구멍 뚫린 연탄이라는 의미에서 ‘구멍탄’이라는 말도 쓰였다고 한다. 다만 구공탄이라는 표현을 더 먼저 쓴 것으로 전해진다.
22공탄, 25공탄, 49공탄 등도 있었는데, 연탄의 구멍 개수가 다르면 화력이 달라진다. 구멍이 많아질수록 공기가 잘 통해 더 강한 화력을 갖는다. 다만 연탄 한 장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연탄은 잘 마른 상태가 아니면 불이 붙지 않았고, 한 번 꺼지면 다시 붙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발화점이 높아 불을 붙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톱밥에 여러 물질을 섞은 번개탄이 같이 쓰였다. 번개탄은 석탄이 원료가 아니어서 불을 넣으면 바로 타고, 이를 먼저 태운 뒤 연탄을 얹으면 불을 지피기 한층 수월해진다. 이때 지독한 냄새를 가진 연기가 나는데, 일산화탄소가 함께 발생하니 실외에서 불을 붙여야 하고 연기를 들이마시는 건 좋지 않다.
연탄이 널리 쓰이던 시기에는 초여름에 1년 쓸 연탄을 들여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겨졌다. 추운 때에 비해 수요가 적은 여름에는 연탄값이 가장 저렴했고, 품질도 좋았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는 유리하나 여기에도 한 가지 문제가 따라온다. 당시 수백 장의 연탄을 한 번에 구매하기 어려운 형편이 많았고, 만약 샀다고 해도 들일 공간을 가진 가정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엌의 형태가 지금과 전혀 달랐다. 불을 지펴야 하기에 요리하는 공간은 거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스와 상하수도가 설치되며 부엌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테리어에도 신경 쓰게 되었다.
지금 연탄은 가정보다는 요식업계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데, 고기구이집이나 연탄구이집에서 등에서 사랑받는다. 사용량이 많지는 않아도 유가가 올라 기름보일러 사용이 부담되던 시기 가정에서 다시 쓰였다. 지난해만 해도 계속 오르는 도시가스 사용료에 거실 난방을 연탄으로 바꾼 취약 계층이 있었다.
이처럼 연탄은 아직 곳곳에서 쓰이지만, 치명적인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연탄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대기 중에서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연구와 함께 취약 계층 친환경 난방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