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컷뉴스] 러시아가 침묵하는 ‘북한군 파병’ 정황과 그 증거들

2024-10-31     양원민 기자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며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세계 여러 나라의 보도와 증거 제시에도 러시아는 북한군의 파병과 관련해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국정원의 분석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은 지난 23일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천여명에 달한다고 밝히며 오는 12월까지 총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정보원은 또 파병 북한군에 대해 “전투 현장에 파병되진 않았고 러시아 내 다수 훈련시설에서 분산돼 현지 적응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군사 장비 사용법·무인기 조종 등 특수교육도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 군 내부에서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 선발하는 동향도 확인됐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철저한 입단속과 파병군인 가족에 대한 효과적 통제·관리를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북한군이 담긴 영상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영상 속 북한군 추정 인물들은 3~4명씩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흡연하고 있으며, 사진 촬영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또 영상에서는 “힘들다야”, “늦었어”라고 말하는 북한 억양의 목소리도 또렷하게 담겼다. 외에도 앞서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센터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도 보급품을 전달받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세 번째, 우크라 격전지에 인공기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 텔레그램 계정(@rvvoenkor_bot) 채널 캡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격전을 치르는 곳에 북한 인공기가 꽂혀 있는 사진도 SNS에 올라왔다. 우크라전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지난 21일 북러 국기가 함께 꽂힌 사진을 게시하고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전투원들의 행동은 적에게 큰 혼란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북한군이 존재해서 인공기가 꽂혀 있는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포 선전용 작전인지에 대한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증거들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북한군의 파병 사실을 인정하고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취재진과 만나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확보했다는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CNN도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보급품 지급을 위해 작성한 한글 설문지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실상 북한군 파병은 사실이라는 게 세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에 유연한 지원을 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러북 협력에 기해서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놓고 시행해나갈 것”이라며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발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 간의 전쟁 등 전 세계에 두터운 전운이 맴돌고 있다. 이번 북한의 참전이 이러한 전운을 더욱 격화하는 매개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