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의 ‘프렌드 쇼어링’ 전략, 트럼프 공약과 다른 점 [지식용어]
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어느새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명확하다.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 및 관세 확대로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고, 해리스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고자 한다.
동맹·우방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프렌드’는 믿을 수 있는 국가를, ‘쇼어링’은 해외 생산 기반을 구축하거나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렌드 쇼어링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주목받은 용어이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이러한 개념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중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프렌드 쇼어링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도 함께 담겨있다.
지난달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프렌드 쇼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4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는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회 TED에서는 군사안보와 신뢰기반 기술 외교 등이 핵심 주제였다면, 올해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조 장관은 “한·미·일 3국이 쌍방향 투자를 양적·질적으로 확대·심화해 ‘프렌드쇼어링’ 관계로 발전할 때 더욱 안정적이고 회복력 높은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3국이 경제·외교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밝혔다.
다시 미 대선 후보들을 살펴보면,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대체로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통적인 제조업과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자 한다. 그는 “‘미국 노동자’들이 ‘미국산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트럼프는 더 노골적으로 ‘아메리칸 퍼스트’를 주장했다. 공약으로 현재 3%가량인 관세율을 10%로 올려 모든 수입 물품에 물리겠다고 했고,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똑같이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상호무역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현재 21%에서 15%로 낮추고 미국 내 제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조지아주 서배나 유세에서 “미국에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올려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고 했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한 뒤 그 혜택이 미국 전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전한 것이다.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는 디커플링(Decoupling: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세계 공급망에서 전면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지향하고, 해리스는 디리스킹(De-risking: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 위험을 낮추는 것)을 택했다. 앞으로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대선 이후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변화를 부를 수 있어 후보들의 공약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