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는 무조건 좋은 책일까?...세상은 넓고 책은 많다 [지식용어]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서점의 수많은 책들 중 “어떤 책을 읽을까?”라는 고민이 들 때, ‘베스트셀러’ 목록이 책을 고르는 쉬운 기준이 되어 주곤 한다. 베스트셀러는 일정 기간(주 단위, 월 단위, 분기 단위, 연간 단위 등으로 조사)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을 가리키는 말로, 대형 서점에서 각각 통계를 내서 발표한다. 즉 베스트셀러는 인기리에 팔려나간 책을 말한다. 우리가 아무 정보 없이 맛집을 찾을 때 리뷰가 좋은 곳을 찾듯이, 많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라는 것 자체가 기본은 한다는 기준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책의 선택 기준이 없을 때 ‘베스트셀러’ 목록를 찾게 되는 것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최초로 1895년에 창간된 미국의 문예비평지 ‘북맨(Bookman)’이 ‘베스트셀링 북스’라는 목록을 만들어 게재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있다. 그 후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퍼져나갔고, 여러 매체와 대형 서점들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들어 게재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면서, 192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베스트셀러라는 용어의 시초는 책에 국한되어 사용되었으나, 이것이 다른 상품으로 파생되어 자동차, 가전제품, 의류 등 재화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1945년 광복 이후부터 서양 문물이 유입되면서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베스트셀러’, 그렇다면 이 베스트셀러는 모두 좋은 책이라는 말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단 단순하게 베스트셀러는 일정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의 목록이기 때문에 책의 질적인 판단보다는 유행, 추세, 흐름은 물론 출판사의 홍보 전략 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좋은’ 책이라는 보증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단순히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통계 자료로서 참고하는 것이 좋다. 베스틀셀러라고 해서 양질의 ‘좋은 책’인가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봤을 때, 정확한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베스트셀러를 기준 삼아 책을 선택하는 게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의 선택을 받은 베스트셀러 중에는 분명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이 있을 것이고, 특히 무엇을 봐야할지 모를 때에는 ‘베스트셀러’ 리스트가 맛집의 리뷰와 같이 어느 정도 지침이 되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트렌드’를 파악하기에도 베스트셀러는 어느 정도 척도가 되어준다. 중요한 것은 ‘베스트셀러=좋은 책’이라는 것에 사로잡혀서 책을 고르는 것은 어쩌면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베스트셀러와 함께 책의 선택 기준이 되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는 특정 기간이 아닌 장기간 꾸준히 팔리는 책을 말한다. 그래서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제목은 익숙한 경우가 많다. 한국의 스테디셀러는 ▲최인훈의 <광장>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이 있고,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는 <성서> <이솝우화> <로빈슨 크루소> 등이 꼽힌다.
이처럼 베스트셀러는 일정 기간, 특정 사회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점에서 스테디셀러와 구별된다. 그리고 지속성 측면에서도 스테디셀러는 꾸준하게 잘 팔린다는 점에서 일회성, 일과성이라는 특징을 지닌 베스트셀러와 구별된다. 단, 물론 베스트셀러 중 오랫동안 그 인기를 유지하는, 베스트셀러임과 동시에 스테디셀러인 책도 많다.
상업성, 대중성, 화제성 면에서 성공한 책인 ‘베스트셀러’는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바라 본 통계라 할 수 있다. 또한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팔린다는 지극히 경제적인 시장 논리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기에,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베스트’ 북은 아니다. 책을 선택할 때 ‘베스트셀러’ 안에서 시야를 좁히기 보다는 더 넓는 독서 시야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반대로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대중적이기만 하다는 오만함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저 빠르게 고르기보다는 찬찬히 들여다보고 ‘책’과 ‘나’의 교감으로 선택한다면, 그것이 바로 ‘베스트’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