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피플] 따뜻한 봄바람같은 목소리의 ‘김창완’...원조 멀티테이너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연예계에는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멀티테이너’가 많다. 개그맨으로 시작해 예능과 MC계의 최정상에 오른 유재석부터 가수와 연기자의 길 모두 성공한 아이유까지 정말 많은 멀티테이너가 현재 활약 중이다. 그중 ‘멀티테이너’의 원조 격인 ‘김창완’을 조명해본다.
김창완은 가장 먼저 가수로서 연예계에 데뷔하였다. 김창완은 1977년 군대를 다녀온 후 동생 김창훈·김창익과 록 밴드 ‘산울림’을 결성하고 1집 앨범 <아니 벌써>를 발표하며 연예계에 입성하였다. 타이틀곡 ‘아니 벌써’는 ‘아니 벌써’라고 툭 던지는 첫 가사와 함께 가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에 힘입어 발표한 2집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킨 앨범·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던 중 ‘산울림’의 멤버이자 3형제 중 막내였던 김창익이 2008년 1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제설작업 도중 사고로 사망하게 되자, 김창완은 ‘산울림’의 공식 활동 중단 소식을 알려 왔다.
이후 젊은 연주자 4명과 팀을 꾸려 음악 활동을 하겠다는 소식을 전했고, ‘김창완밴드’로 돌아왔다. ‘김창완밴드’는 이후 <The happiest>, <Bus>, <Darn it>등을 발표했고, 현재까지도 전국 투어를 다니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젊은 후배들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함께 음악 작업을 해왔다. 김창완은 여러 방송에서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 음악천재 남매 ‘악뮤’ 등과도 함께 공연을 하는 등 후배들과도 여러 무대를 했다. 또 가수 아이유는 지난 2014년 산울림의 10집에 수록된 ‘너의 의미’를 김창완가 함께 부르며 리메이크해서 냈고, 밴드 산울림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배우로서도 성공했다. 많은 작품을 한 김창완은 단막극이나 어린이극 등에서 단역 등을 맡으며 연기에 발을 들였고, KBS의 드라마게임 <야채식빵 굽는 남자>를 통해 주·조연을 맡기 시작했다. 그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는 어린이 드라마 ‘요정 컴미’이며 아버지의 역할을 맡아 평소의 그와 같이 따뜻하고 순박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였다.
그러다 순박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악역’을 맡으며 배우 커리어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김창완은 BGM으로도 유명하며 여러 패러디를 낳았던 드라마 ‘하얀거탑’(2007)에서 병원 최고의 권력자이자 일반외과를 막후에서 조종하려 했던 ‘우용길’ 역을 맡은 것. 그는 능구렁이 같은 악인의 모습으로 주인공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김명민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배우로서 오랜 시간 보내온 이정길과도 팽팽한 대결을 펼치며 관객들에게 호평받았다.
이후로는 선·악역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 소화했으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영화 ‘닥터’ 등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주·조연으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김창완 특유의 어조와 목소리는 라디오에서도 빛을 발했다. DJ를 맡은 초창기의 그는 MBC 라디오 ‘젊음은 가슴마다’, CBS 라디오 ‘꿈과 음악사이에’ 등을 맡았다. 특히 김창완은 ‘꿈과 음악사이에’를 진행하며 잊지 못할 기억도 간직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꿈과 음악 사이에’에는 민초희라는 소녀 청취자가 있었는데, 불치병에 걸린 그는 병상에서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을 적어 꾸준히 DJ 김창완에게 부치곤 하였다. 그의 사연을 접한 김창완은 그의 편지를 청취자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청취자들은 모두 소녀의 편지를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스무 살까지 살고 싶다던 그는 안타깝게도 스무 살이 되는 날을 몇 개월 남겨두고 사망했다. 마지막 편지에서 초희는 “다시는 파란 잎이 안 필 것 같던 나무에 새순이 나 있는 걸 봤어요. 참 신기하더라고요. 아저씨는 콘서트 안 하세요? 봄에 하는 콘서트는 금방 눈 뜬 강아지만큼이나 부드러울 것 같아요. 오늘부터 편지에 번호를 매겨야겠어요. 아저씨, 안녕”이라는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김창완은 초희 양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2년간 그가 보낸 34편의 편지를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또 김창완은 정말 오랜 기간 진행해 온 라디오에서 떠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김창완은 23년 4개월 동안 진행해 온 SBS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하차했다. 김창완은 하차 직전 라디오 마지막 생방송 말미에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를 부르다가 목이 멘 듯 고개를 떨구기도 하며 결국 아쉬움과 슬픔에 눈물을 보였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어 아쉬워하는 청취자들이 많았는지, 다행히도 김창완은 3개월 만에 DJ로 돌아온다. SBS에 따르면 김창완은 오는 22일 오후 6시 5분 처음 방송되는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를 통해 청취자들을 다시 만난다. 김창완은 “엄살을 부려서라도 청취자와 소통하겠다. 서로의 고통을 나누어서 석양이 깔리는 퇴근길을 화려하게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따뜻한 바람결 같은 목소리로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들을 위로하는 김창완. 대한민국 음악사부터 영화와 드라마, 라디오까지 그의 족적이 남지 않은 곳이 없으며, 어느 자리에서도 ‘빨간약’과 ‘항생제’처럼 넓은 범위의 위로를 전했다. “단단해지려면 부드러워지세요”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내공과 부드러운 미소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