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컷뉴스] 더위 먹은 식량 물가 ‘히트플레이션’...그 파장은?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열을 의미하는 ‘히트(Heat)’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히트플레이션’. 이 용어는 폭염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앞으로 격화할 일만 남은 ‘히트플레이션’의 파장은 어디까지 뻗쳐나갈까?
첫 번째, 전체적인 물가 상승
히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식품 물가 상승은 전체적인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안정목표 상황 점검회의에서 폭염 등의 기온 상승에 따라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p 오르고 그 영향은 6개월 동안 지속된다고 밝혔다. 또 자체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촉발된 폭염이 국제 원자재 가격을 올리면서 중장기적으로 물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도 지난 4월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폭염으로 식품 물가가 연간 3.2%p 올라 전체 물가를 최대 1.2%p까지 상승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성장 저해
식량 가격 상승 및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 등은 일자리를 줄이고 나아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폭염 영향으로 2030년까지 매년 세계 총노동 시간의 2% 이상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2조 4,000억달러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ILO는 특히 농산물 생산량 감소 및 수급 불안정 등으로 농업과 건설·유통업 등을 중심으로 대략 8,000만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히트플레이션이 고용, 성장 등 경제 전반에 피해를 안기는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세 번째, 에너지 요금 인상
수확물 부패를 막기 위해 운송 등에도 냉방이 더 필요해져 에너지 요금을 높이게 된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경제학 교수에 의하면 에어컨과 냉방기기의 사용 증가로 전력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또 화석연료 기반의 전기를 소비하게 되고,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이 늘어나 다시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아울러 천연가스 등 전력 공급에 필요한 자원이나 에너지 가격도 함께 인상될 전망이다.
올여름 히트플레이션과 전국에 내린 폭우 등으로 여름철 과일·채소류 가격은 더욱 상승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와 농산물 수급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기상재해로 인해 농산물 수급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사전 사후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무·배추의 경우 1만5,000t 비축하고 계약재배물량 7,000t, 산지 출하조절 시설을 통해 6,000t을 확보하는 등 정부 가용물량 총 2만8,000t을 확보하며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외에도 이러한 폭염 등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줄일 전략과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신품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기온·기후에 따른 수급 예측 능력 등을 키우는 것도 더욱 중요해졌다. 아울러 무더운 환경에서 노동생산성 등이 떨어지지 않도록 탄력적이고 유동적인 근로 체계의 재정비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