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피플] 이정재(제)다이, 스타워즈 시리즈 첫 한국인 배우로 보여준 여전한 '가능성'

2024-06-12     심재민 기자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세계적인 시리즈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하듯 거론되는 ‘스타워즈’. 최신의 ‘스타워즈’ 시리즈인 '애콜라이트'(The Acolyte)에 대한민국 배우 이정재가 ‘제다이’ 역으로 출연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이정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가 지난 5일 베일을 벗었다. 8부작인 '애콜라이트'는 이날 1·2부가 공개됐고, 매주 수요일 1부씩 추가로 공개된다. 작품명만으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 역시 기대감을 증명하듯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영화 스타워즈 새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 기자간담회. 2024.6.5 [연합뉴스 제공]

국내에서는 작품에 대한 관심만큼 배우 이정재의 출연 그 자체도 화제다. 캐스팅 비화부터 살펴보자. 이정재는 맡을 역할이 뭔지 모른 채 일단 영국으로 가서 카메라 테스트를 봤다. 그는 "카메라 테스트가 어떤 의미인지 사실 몰랐는데, 스태프에게 '당신 말고도 카메라 테스트를 받은 사람이 몇 명 더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듣고 '이게 오디션이나 마찬가지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카메라 테스트를 보셨다는 다른 배우 중에는 유명한 분도 있었다"며 "테스트를 마치고 귀국하고 나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 캐스팅 소식을 듣게 됐는데, 그때 감독님이 제 역할이 마스터 솔이라는 걸 알려줬다"고 말했다.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연기자로 데뷔, 젊은남자(1994), 태양은 없다(1999), 하녀(2010), 도둑들(2012), 관상(2013), 암살(2015), 신과함께(2017/2018), 오징어게임(2021) 등 숱한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30년 연기 경력의 이정재를 오디션까지 보게 한 ‘제다이’역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상당한 비중을 지닌 캐릭터다. 특히 루카스필름이 제작한 '애콜라이트'는 1999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보다 100년 앞선 공화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배우 이정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정재는 비밀의 열쇠를 쥔 오샤의 옛 스승이자 제다이 기사단의 마스터 솔을 연기했다. 티저 예고편에 나오는 첫 대사가 솔의 것이었을 정도로 비중이 큰 역할로, 자애로운 인품에 지혜와 신념을 겸비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특히 이정재는 작년 5월 영국에서 열린 스타워즈 팬 행사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 유럽 2023'에서 영어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스타워즈가 아니었으면 거절했을 것"이라고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정재’ 그 자체로 대한민국 명배우지만, 영어 연기는 어렵지는 않았을까? 이정재는 최근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영어) 발음 교정, 끊어 읽기 이런 것들을 계속하다 보니까 혀 양쪽이 다 닳아서 음식을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역시 이정재’라는 평이 많다. 공개된 1·2회에서 이정재는 능숙한 발음으로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재는 이에 대해 "영어 선생님과 발음을 코치해주는 선생님 총 네 분에게 촬영 전 4개월 동안 매일 훈련받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스타워즈 새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 기자간담회. 2024.6.5 [연합뉴스 제공]

여러모로 이정재에게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애정 어린 노력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분량에 임하며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정재는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으로 드라마 초반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끼는 제자가 살인범으로 지목된 데 대한 당황스러움과 동료가 죽은 데 따른 안타까움 등 여러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했고, 제다이 살인범과 맞붙는 1대 1 액션 연기도 선보였다. 이정재는 이 같은 연기에 대해 "기존의 제다이 캐릭터들보다 인간의 감성에 더 가까운 표현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서 감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한국인 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애콜라이트'의 이정재가 처음이다. 그는 "'스타워즈' 영화들 속 제다이의 복장이나 무술, 사고방식, 철학에서도 동양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모습이 어디서 왔을지 생각해보면 이전 시대엔 동양인의 모습을 가진 제다이가 있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래서 제가 캐스팅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한다.

‘제다이’ 이정재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단 미국 매체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 주요 매체로 꼽히는 할리우드리포터와 버라이어티는 이정재 연기를 비롯해 애콜라이트 서사 전반에 찬사를 보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새로운 시리즈 잠재력이 넘쳐난다"며 "이 시리즈가 어디에서 끝나든 그 여정을 가치 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이 매체는 또 이정재 연기에 대해 "'마스터 솔'로서 미묘한 연기를 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정함을 표정 하나만으로 전달한다"며 "물론 그는 드러낼 필요가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도 매우 매끄럽다"고 평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 배우 이정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흥행 성적도 일단은 성공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디즈니는 애콜라이트가 지난 4일(한국시간 5일) 공개 이후 닷새간 전 세계에서 총 1천110만회의 시청 횟수(view)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애콜라이트의 닷새간 시청 기록이 디즈니플러스에서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 중 같은 기간 기준 최고 성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표 톱배우 이정재,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고, 2021년에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나아가 이번에는 한국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활약하기까지. 데뷔 후 늘 전성기를 지나온 배우 이정재의 가능성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