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창]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린 ‘명왕성’...새로운 이름 ‘134340 플루토’
[사진출처 : NASA / 위키미디어 / 위키 피디아 / 플리커 / 픽사베이 / 픽셀스 / BBC]
시선뉴스=박대명 Pro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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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금지화목토천해명’. 어릴 적 과학 시간에 배운 태양계의 행성들을 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을 줄여서 부른 말입니다. 그러나 최근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려 여기에 들지 못하게 된 비운의 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승의 왕’이라는 이름의 별 ‘명왕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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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대. 과학계에서는 당시 발견되지도 않았던 해왕성의 위치, 궤도를 계산합니다. 그러나 해왕성이 발견된 후 계산상의 궤도와 실제 궤도에 오차가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에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해왕성 너머로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행성X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르는 ‘명왕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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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퍼시벌 로웰은 1916년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행성X를 찾지 못합니다. 이후 1929년 23세의 클라이드 톰보가 탐사 업무를 인계받아 2주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들 중 움직이는 천체를 찾았고, 그렇게 1930년 미국의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명왕성이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명왕성의 발견은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고, 이 새로운 별을 발견한 톰보가 있던 로웰 천문대는 별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갖게 됐습니다. 이들은 제우스, 퍼시벌, 아틀라스 등 약 천 개에 달하는 이름을 제안받았지만 영어로 플루토, 명왕성을 선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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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라는 이름을 제안한 이는 잉글랜드 옥스퍼드의 11살 소녀 베네티아 버니입니다. 고전 신화와 천문학에 모두 관심을 갖고 있던 어린 소녀는 로마 신화의 저승의 신 ‘플루토’가 어둡고 추울 거라고 생각되는 세상에 적합한 이름이라고 생각해 할아버지를 통해 이를 제안했습니다. 플루토의 첫 두 글자 PL이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인 PL과 일치한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주었고, 명왕성의 천문 기호(♇)는 P와 L을 한 글자로 겹쳐놓은 형태로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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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양권에서 명왕성이라는 이름은 일본인 노지리 호에이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그는 <과학화보> 1930년 10월호에서 새로 발견된 행성에 붙일 이름으로 ‘유왕성’이라는 이름과 함께 ‘명왕성’을 제안했고, 채택됐습니다. 명왕성의 한자는 어두울 명 자에 왕 왕 자로 결국 저승의 신을 의미하는 한자 의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명칭이 언제 채택된 지 알 수 없지만, 일본을 통해 보급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명왕성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불리며 76년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관측 기기의 발달로 이와 비슷한 궤도를 도는 천체들이 여럿 발견되면서 명왕성의 행성 자격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습니다. 결국 지난 2006년 국제 천문 연맹의 행성 분류법이 바뀌면서 명왕성은 행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렸습니다. 대신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되어 ‘134340 플루토’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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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행성으로 분류되어 지내 온 명왕성. 과학기술의 발달로 행성 지위를 잃어버렸지만, 이는 과학의 발전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재밌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명왕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