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피플] 이름을 잃어버린 배우 ‘박성훈’...‘하나뿐인 내편’ 장고래와 ‘더 글로리’의 전재준

2024-04-22     양원민 기자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다 보면 소위 말하는 ‘이름을 잃어버린 배우’가 되기도 한다. 배우에게 이만한 극찬이 있을까 싶은데, 이미 ‘고래씨’, ‘전재준’으로 불려 온 배우 박성훈이 조만간 또 다른 이름을 얻을 전망이다. 악역이 찰떡인 배우 박성훈을 조명해 본다.

배우 박성훈[사진/BH엔터테인먼트]

2008년 영화 <쌍화점>의 단역으로 데뷔한 박성훈은 <옥탑방 고양이>, <모범생들>, <유도소년> 등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후 <쓰리 데이즈>, <육룡이 나르샤>, <질투의 화신> 등 드라마로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그러다 2018년 만난 KBS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본명을 지울 캐릭터를 맡게 됐다. 해당 드라마는 최수종, 이장우, 유이 등 주말 드라마 흥행 보증수표들과 함께하며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주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고래 역의 박성훈[사진/KBS]

박성훈은 드라마에서 메인 빌런인 장다야(윤진이 분)의 오빠 ‘장고래’ 역을 맡았다. 이는 극 중 거의 유일한 정상인 캐릭터였고, 치과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에 허술한 성격이라는 반전 매력까지 갖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원수를 마음대로 미워하지도 못하는 복잡한 감정을 처절하게 연기해 내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드라마 이후 박성훈은 ‘고래씨’로 불리게 되었다.

배우 오지율과 박성훈[사진/박성훈 인스타그램]

안방극장의 스타로 단숨에 떠올라 ‘고래씨’로 불리던 박성훈은 2022년 한 계단 더 올라 세계의 사랑을 받게 된 작품에 당도했다.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다. 그는 극 중 금수저 안하무인 악역 ‘전재준’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전재준’에게는 설정과 서사가 섬세하게 부여된 데다가 개그감까지 갖추고 있던 인물인데, 박성훈이 이를 잘 소화해 냈다. 캐릭터의 강한 임팩트에 이전의 ‘고래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박성훈은 이후 ‘전재준’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완전 반대의 결인 캐릭터 두 개로 사랑을 받은 전재준의 연기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던 작품들 외에도 드라마, 연극, 영화까지 무려 50여 개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장르에서 그 탄탄함을 쌓아왔다.

박성훈[사진/유튜브 채널 BH엔터테인먼트 갈무리]

또 이러한 다채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바로 목소리에 해박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그는 JTBC 예능 <아는 형님>에 나와 배우 송강호와 한석규의 성대모사를 했는데, 가히 수준급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성우 지망생 출신으로 KBS 성우 공채 시험에 응시했다가 최종 면접까지 갔고 아쉽게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여담으로 그는 맛집들도 꿰고 있다. 그의 소속사 BH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에는 ‘쩝쩝박사 밥성훈을 소개합니다’라는 영상도 올라와 있다. 영상에서 그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네별 맛집 리스트를 자랑하기도 했고, 그의 매니저는 박성훈과 붙어다니며 11kg이나 쪘다고 한다. 또 맛집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에 고정 패널 제안까지도 받았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모자 역할의 배우 이미숙과 박성훈[사진/박성훈 인스타그램]

이러한 다채로운 매력의 박성훈은 ‘고래씨’, ‘전재준’에 이어 새로운 이름을 얻을 예정이다. 그는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불도저 같은 성격의 최강 빌런 ‘윤은성’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며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자로 등극한 박성훈은 극 중 최강 악당이지만, 과거로 인한 상처와 결핍을 지닌 면모를 그려내며 입체적인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홍해인(김지원 분)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일그러진 순애보로 캐릭터에 서사성과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강한 인상의 악역으로 국민의 미움을 한 몸에 받는 배우 박성훈. 그러면서도 밀도 높은 연기력과 매력으로 환호와 사랑도 받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2>에도 합류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인 그가 또 어떤 캐릭터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불리게 될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