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동물이 먼저 알아챈다는 자연현상...과학적 입증은?

2024-04-15     양원민 기자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아이고 무릎이야. 내일은 비가 오려나?” 한 번쯤은 들어본 어르신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마냥 낭설이 아니다. 비가 오면서 바뀌는 대기의 압력이나 기온 차로 인해 혈관이나 근육에 변화가 생겨 실제로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선 동물들이 한발 빠르다고 하는데, ‘자연현상을 감지하는 동물들’, 속설을 파헤쳐보자.

유독가스
19세기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데리고 작업을 했다.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땅을 파다 은은하게 방출되는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에 대해 경고를 해주는 존재였다. 광부들은 작업을 하다가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의 이상징후를 보이면 즉각 갱도에서 대피했다고 한다. 이후 ‘탄광 속 카나리아’는 재앙이나 위험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하게 됐다.

비·태풍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말도 있다. 이는 제비 때문이 아니라 제비의 먹이인 잠자리 때문이다. 비가 오는 습한 날씨에는 공기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데, 이에 따라 비행하는 모든 물체들은 평소보다 더 큰 힘으로 날갯짓해야 하며 이런 이유로 날개가 얇고 약한 잠자리는 평소보다 낮게 비행한다.

또 개미의 더듬이는 진동 감지 능력이 인간보다 500~1000배로 민감해 여름철 태풍·홍수를 미리 알아차리고 집을 옮기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진
동물 행동을 이용한 ‘지진’ 예측은 기원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리스에서 남긴 기록에 따르면 쥐, 뱀, 족제비, 지네가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 전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떠나 도망갔다고 한다.

1969년 7월 18일 중국 톈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톈진시 공원의 동물원에서 곰이 소리를 지르고, 뱀이 자기 굴속으로 들어갔으며, 늘 물 위에 떠다니는 백조가 물을 무서워했다. 해당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관리인은 지진 예측 기관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그날 정오 무렵 인접한 발해만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다.

1978년 일본에서는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 쥐들이 사라지고, 까마귀가 크게 울어댔으며, 개와 고양이가 이유 없이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또 코끼리의 경우 발바닥 지방층 감각이 발달해 진동으로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는 만큼 지진을 잘 느낄 수도 있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지진을 먼저 알아채는 현상과 관련해 동물들의 감각이 사람보다 훨씬 더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0년 논문에 따르면 몇몇 동물이 인간과 달리 S파(강한진동·구불구불하게 도달)가 오기 전에 먼저 도착하는 P파(약한진동·직선으로 도달)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과학자들은 지진이 발생할 때 나오는 전자파를 동물들이 먼저 느끼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해일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는 규모 9.1의 해저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인도양 주변 12개국 해안에서 수십만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목격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지진 후, 해일이 오기 전 일부 동물들이 임박한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가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끼리는 더 높은 지대로 달려갔으며, 플라밍고는 저지대에 튼 둥지를 버리고 떠났고, 개들은 야외에 나오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알렸다. 

화산 폭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섬 에트나 화산 바로 아래 산자락에서는 독일의 한 행동생물학 연구팀이 염소의 행동 반응을 연구한다. 인근의 많은 농가에서 자신들이 키우는 동물들이 화산 폭발이 임박했을 때 본능적으로 이를 미리 알고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기록된 데이터에는 화산 폭발 직전에는 염소가 늘 산 아래에만 머물렀다고 한다. 다만 이 데이터는 사후에 결과가 나와 완전한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2010년엔 통가 화산이 폭발하기 이틀 전 거북이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반대로 이동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한국재난정보학회 논문집에 실린 ‘동물 이상행동과 지진전조 가설검증 연구동향 및 한계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연구에서는 데이터의 신뢰성 검증이 어렵고, 적합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등 여러 한계가 있다며 과학적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이유를 들며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물들은 자연재해를 미리 알아차린다’라는 속설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야기가 나오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동물들의 감각기관은 인간보다 명백히 뛰어나며 카나리아처럼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