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미국의 통화이자 세계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달러’. 경제 대국 미국의 달러는 화폐이자 ‘경제’ ‘자본주의’ 등 특유의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다.

달러는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디자인으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사용되는 통화로 그 역사는 약 230년이나 된다. 그런데 ‘달러’는 미국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달러의 출발은 미국이 아닌, 독일(체코)에서 시작한다. 현재는 체코의 땅이지만 먼 옛날 독일의 땅이었던 성 요아힘(St. Joachim). 이 작은 골짜기 마을이 위치한 보헤미안 지방은 ‘은’이 많이 채취되는 곳으로 유명했다. 1516년 성 요아힘의 ‘요아힘스탈(요아힘의 계곡)’에서 대규모 은광이 발견되었고, 쉬릭 백작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대규모 은화를 주조하기로 결심했다.

쉬릭 백작은 요아힘스탈에서 채굴된 은을 이용해 은화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1519년 은화가 처음 제조되었고, 쉬릭 백작은 이 은화의 이름을 고안하던 중 요아힘스탈에서 만들어졌음을 반영해 요아힘스탈러굴덴(Joachimsthalergulden) / 요아힘스탈러그로셴(Joachimsthalergrochen)이라 불렀다.

그렇게 점차 주변으로 퍼져나가 독일 이곳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쉬릭 백작의 은화. 그런데 사람들은 은화의 이름이 길어 불편하자 ‘요아힘스탈러’ / ‘탈러그로셴’ 이라고 줄여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마저도 불편해 더 줄여서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름은 바로 ‘탈러’였다. 오늘날 ‘달러’라는 이름은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

탈러는 품질이 좋아 호평을 받으며 점차 널리 통용되기 시작, 주변 유럽국들은 탈러에서 변형된 유사한 이름을 붙여 이 은화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tallero’, 네덜란드 ‘daalder’, 덴마크/스웨덴 ‘daler’, 영국 ‘dallar’) 그렇게 독일 제국이 1873년 마르크화를 도입하기 전까지 ‘탈러’가 공식 화폐 단위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미국은 지금처럼 강대국이 아니었다. 영국의 식민지하에 있었던 시기는 물론 1776년 독립 선언 후 1783년 파리조약에서 독립이 승인될 때까지도 독자적인 화폐 체계를 갖추지 못했을 정도다.

이후 1785년 7월 6일에야 대륙 의회에서 “미합중국의 화폐 단위는 달러로 지정한다”라는 내용을 공표했는데, 당시 미국 내에 스페인의 중남미 식민지 통화인 ‘다레라’ 은화가 널리 유통됐던 것이 달러를 채택하게 된 배경이다. ‘다레라’의 영어 발음이 ‘달러’다. 그 후 1792년 화폐주조법을 제정하고 달러를 공식 화폐 단위로 지정, 1913년 이후가 되어서 미국이 연방준비제도를 출범시켜 연방 지폐를 제외한 나머지 돈의 발행을 중단하면서, 본격적인 달러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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