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김미양] 전쟁터나 범죄 현장 등 총탄이 날아다니는 곳에서 군인과 경찰의 생명을 지켜주는 가장 직결적인 장비는 바로 방탄복이다.

방탄복 소재가 갖춰야 할 조건은 총알이 뚫지 못하는 강도와 탄성, 그리고 충격을 줄여주는 진동흡수력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소재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데 그중 ‘아라미드 나노섬유’가 있다.

아라미드 나노섬유란 아라미드 섬유를 나노화한 섬유를 말한다. 아라미드 섬유는 CONH(아마이드)가 벤젠고리와 같은 방향족고리를 결합시켜 고분자 폴리아마이드를 형성하는 섬유를 말하는데 인장강도와 내구성, 내열성이 뛰어나며 고강력, 고탄성력을 갖는다.

이 섬유는 5mm정도의 굵기로 2t의 자동차를 들어올릴 수 있으며 섭씨 500도 이상에서 탄화하는 성질을 가졌고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아 가장 좋은 플라스틱 보강재 중 하나로 여겨져 항공기의 내부 골재나 방탄복, 방탄 헬멧 등에 쓰이며 골프채나 테니스 라켓 등에도 사용된다.

이 섬유를 나노화한 아라미드 나노 섬유는 그 특성 그대로 탁월한 보강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이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라미드 방탄섬유 제조 후 나노화'라는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 단계는 아라미드 구조를 가진 고분자를 합성하여 황산에 녹이고, 이를 다시 노즐에 통과시켜 물에 침전한 뒤 섬유를 뽑아내어 이를 다시 나노 단위로 깎는 공정을 갖는다.

과정은 매우 복잡할뿐더러 제조 시간이 180시간에 달하는 등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12일 한국화학연구원은 울산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오동엽·황성연 박사팀이 아라미드 나노섬유 대량 생산을 도울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아라미드 단량체로부터 고분자를 대량 합성한 다음 별도의 정제과정 없이 보조 용매와 염기 물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두 단계 중 한 단계를 생략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로 인해 아라미드 나노 섬유 제조시간을 15시간으로 기존보다 12배 단축시켰다.

이 신기술은 미국 듀폰을 비롯한 특정 기업이 가진 특허권도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아라미드 방탄섬유로부터 나노화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박제영 박사는 "아라미드 나노섬유의 제조시간을 반나절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대량 생산과 상업화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다양한 첨단 산업 소재 분야로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에 대한 논문은 미국 화학회 고분자 분야 최고 권위지 '매크로몰레큘즈'(Macromolecule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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