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21세기에 셀러브리티들과 함께 가장 빛났던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은 파리지엥의 시크함을 자유자재로 창작해내고 연출했다. 화려함과 섬세함이 풍부한 이브 생 로랑의 디자인은 탄성을 자아냈는데, 특히 엘레강스 하면서도 지적이고 우아한 그만의 분위기는 '생 로랑 시크'라고 불리기도 했다.

생 로랑은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해 기성복 라인을 론칭하고 여성에게 바지를 입히는 등 사회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패션을 제시한 혁명가로 불려 왔다. 또한 다른 나라의 문화, 문학,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넘쳐 매 시즌 선보이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로 인해 20세기 패션 디자이너 중 가장 탁월한 색채 감각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브 생로랑(flickr 제공)
이브 생로랑(flickr 제공)

천부적인 예술 감각과 실력...디자인으로 승화

이브 생 로랑은 알제리의 오랑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해운중개업자였다. 유년시절부터 천재적 데생 실력을 발휘해 1954년 파리 오트쿠튀르 부속 조합 쿠튀르학교를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했다. 당시 저명한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티앙 디오르, 위베르 드 지방시, 쟈크 파트 등이 심사하는 국제 양모 사무국 디자인 콘테스트에 참가해 1953년에 ‘드레스’ 부분에서 3등을, 1954년에는 18살의 나이에 1등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후 미셸 브뤼노프가 크리스티앙 디오르에게 생 로랑을 소개하면서 1955년부터 파리 최대 쿠튀르 하우스인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디오르의 조수로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 이브 생 로랑은 어린 나이였지만 디오르 하우스가 발표한 80벌의 드레스 중 50벌이 그의 디자인이었을 정도로 스승인 디오르에게 재능을 인정받았다. 1957년 10월 23일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갑자기 타계하자 21살의 이브 생 로랑이 디오르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디오르 하우스의 아트 디렉터를 맡게 되었다.

(사진_wikipedia제공)
(사진_wikipedia제공)

여성 패션계의 혁명

파리 쿠튀르의 황태자로 떠오른 이브 생 로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류층들만의 오트 쿠튀르가 지루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1950년대 말의 유럽과 북미는 전쟁의 궁핍에서 벗어나고 있었고 경제적 수입을 갖는 여성과 십 대들이 등장했다.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했고 사치스러운 상류층의 패션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기성세대와 차별되는 젊은이들만의 스타일과 거리 패션을 창조했다.

20대의 젊은이였던 이브 생 로랑은 패션의 선도자는 우아함과 화려함을 추구하는 상류층이 아니라 젊은 세대라는 것을 직감하고 그들의 문화와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60년 이브 생 로랑은 레프트 뱅크(Left-Bank, 파리 센 강 좌안의 보헤미안이 사는 지역)의 비트 족의 거리 패션에 영감을 받은 “Souplesse, Legerete, Vie(유연하고 경쾌한 삶)” 컬렉션을 발표하였다.

(사진_wikimedi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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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것을 사랑한 이브 생 로랑

시대를 읽고 혁명적인 옷을 선보인 것 이외에 1960-1970년에 이브 생 로랑의 작품들의 또 다른 테마는 다문화주의였다. 북부 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인 그는 다른 파리 출신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비서구권의 문화에 일찍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는 이국적인 풍경, 색채감, 문화, 전통 의상에 매료되었다. 이런 경험들은 그의 독창적이고 천부적인 컬러 감각과 함께 다채로운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생 로랑은 옷을 통해 스페인, 고대 중국, 페루, 모로코, 중앙아프리카, 몽골, 터키, 베네치아의 전통 의상과 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70년대 에스닉 룩의 유행의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비서구권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모델로도 이어져 패션쇼에 흑인과 동양인 모델을 기용한 첫 번째 쿠튀르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기니 출신의 프랑스인 흑인 모델 카토우차 나이안(Katoucha Niane)을 뮤즈로 삼아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_wikimedi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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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생 로랑은 현존하는 최고의 쿠틔리에 라는 평가와 패션 종사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모드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클래식과 엘레강스를 디자인의 원칙으로 삼으며 단순하면서도 지적인 여성을 표현하는 데 일관된 디자이너였다. 그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프랑스 파리 이브 생 로랑 박물관에서는 총 13개로 구분된 테마에서 오트쿠튀르의 창의성과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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