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정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힘들고 지치더라도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했던 기억들은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하는 매시간이 소중하고 이를 간직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아이들도 크면 어릴 때의 일을 다 알고 있을까. 과연 아이도 행복했던 이 순간을 기억해줄까?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아이가 커서도 오래 저장되는 기억을 6세에서 8세 정도로 보았다. 이후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 없는 실험이 이루어졌고 공통적으로 2세에서 3세 정도까지의 기억은 대개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기억이 있는 경우에도 3세에서 7세의 기억에 비해서는 단편적 기억들이고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만 3세까지의 기억은 온전하게 획득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를 삶의 초기 몇 년 동안의 기억에 공백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유아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른다. 만 4세부터라 하더라도 기억들은 단편적이며 기억 역시 온전치 못하고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말로 할 수 있거나 회상할 수 있는 기억들은 뚜렷하게 남지 않지만 걷거나 뛰고 수저를 만지는 등의 기술적인 기억, 동생 때리면 혼난다는 등의 고전적인 조건화 기억들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 가설은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신뢰를 얻고 있는 과학적인 원인은 ‘장기 기억을 도와주는 뇌의 부위가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 혹은 뇌 성숙이 되지 않아서’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에모리대학에서는 실험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몇 살 때부터 잃게 되는지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83명의 아이들을 3세 때부터 6년에 걸쳐 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3세 때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6가지의 겪은 일에 대해 직접 물어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어디에 놀러 간 것이라든가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한 것 등이었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게 하면 더욱 기억을 잘 되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 후 아이들을 5개의 그룹으로 나눠 5, 6, 7, 8, 9세가 됐을 때 3세 때의 기억을 유지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아이들은 7세 때까지는 3세 때 기억했던 것의 63~72%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세와 9세 때에는 단지 35%만 유지됐다. 이 연구를 수행한 파트리샤 바우어 교수는 "즉 대체로 8세 무렵부터 유아기 때의 기억이 약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으며 이어 "다만 5~7세 때에도 3세 때의 일에 대한 기억은 이미 서서히 흐릿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온전히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뇌가 아닌 몸과 느낌으로도 할 수 있는 법. 아이들에게 좋은 말과 행동으로 행복한 기억을 줘야 한다는 것. 부모가 해야 하는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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