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한때 뜨거웠던 그와의 관계, 하지만 분명히 헤어진 건 아닌데 언제부터 상대가 연락이 안 되고 ‘잠수‘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연인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생각만 해도 답답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바로 ‘고스팅(Ghosting)’이다.

고스팅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인 샤를리즈 테론이 과거 약혼자였던 숀 펜의 연락을 갑자기 받지 않고 '고스팅'했다는 것이 2015년 6월 보도되면서 더 널리 사용됐다. ‘유령(Ghost)’라는 단어에`ing`를 붙여 만든 신조어 ‘고스팅’은 2016년 온라인사전 ‘딕셔너리 닷컴’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리고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연인을 찾거나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시작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주로 쓰기도 한다.

쉽게 고스팅은 진행되던 연인 관계가 하루아침에 중단되는 현상을 뜻한다. 어느 한 쪽이 그간의 관계를 모두 중단하고 연락을 끊어 마치 ‘유령(ghost)’처럼 사라진다는 뜻으로 ‘ghost him’하면 그 남자와의 관계를 모두 중단한 것을 말한다. 우리말 ‘잠수 이별’이라는 단어 유사하게 사용되는데, 고스팅을 당한 상대로선 분명한 이별 통보를 받은 건 아니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끊어졌다는 울적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성숙하지 못함과 의사소통 능력의 문제로 인해, 상대를 고스팅하고 있다.“사랑이 식었다” “싫어졌다. 헤어지자”고 솔직히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에게 상처를 덜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 그러나 당하는 입장에선 솔직한 이별 통보보다 고스팅이 더 혼란스럽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용어가 미국의 취업시장에까지 떠돌며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취업을 해 놓고 입사 당일에 출근하지 않거나, 정상적으로 퇴근한 이후 다음 날부터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되어 버리는 ‘고스팅(ghosting)’으로 미국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고스팅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 단어는 지난 12월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발간한 경제동향종합보고서인 ‘베이지북’에까지 등장했다. 연준은 베이지북에서 "많은 기업 인사 담당자가 근로자가 예고 없이 일을 그만두고 연락이 전혀 닿지 않는 ‘고스팅’을 문제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연인 간 솔직한 이별 통보 없이, 이별 상황을 만들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 ’고스팅’. 이러한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무례한 행동이 직장의 ‘사직’ 과정에서도 벌어지며 광범위한 사회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상 애정이 없는 직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스팅’에 대해 어떤 죄책감도 느끼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