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대표 강대국으로 인식되어 온 미국. 특히 막대한 경제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강대국 이미지는 점점 공고해져 왔다. 이런 상황에 미국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상당히 견제하고 있는 중국이 우주 개발에 있어서도 미국을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영화 속 우주 영웅국가 이미지 쟁탈전에 나서기도 해 화제다.

중국이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지향한 자국산 공상과학(SF) 영화 ‘유랑지구에’에 열광하고 있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 굴기'로 한껏 기세가 오른 중국이 미국이 주도해온 SF 영화분야에서도 미국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의 내용은 이렇다. 태양이 소멸해 위기에 직면한 인류. 중국이 앞장서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지구째 태양계에서 탈출하는 계획을 추진, 중국인 우주비행사가 자신의 아들 그리고 지상부대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해 결국 지구를 구해내고 만다. 이러한 내용의 유랑지구는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유랑지구는 3D 작품으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제작비만 무려 약 5천만 달러(약 562억 원)이 투입됐고, 대부분 중국 국내 기업이 참여해 제작했다.

이달 5일 개봉한 '유랑지구'의 중국 내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흥행 수입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37억 위안(약 6천146억 원)을 돌파, 개봉 약 열흘 만에 역대 흥행기록 2위로 올라섰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는 애국적인 내용으로 흥행기록 역대 1위를 기록한 '잔랑2(戦狼)2'의 56억 위안(약 9천303억 원)에 육박하는 기세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유랑지구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관제 언론이 연일 절찬하는 영화평을 실으면서 흥행몰이가 계속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역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내에서 유랑지구에 대한 극찬은 차고 넘칠 정도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첫 SF 대작으로 대담한 상상력과 중국다운 스토리 전개로 세계에 독특한 시각을 제시했다"고 격찬했다. 또 인민일보 등은 “미국이 만든 '스타 워스'나 '에일리언' 등과는 다른 세계관을 그렸다며 앞으로 중국의 가치관을 표현한 작품이 다수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싣는 등 관제 미디어가 연일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 역시 유랑지구에 엄지 척을 보내고 있다. 남방과기대학의 우옌 교수는 "유랑지구의 성공은 중국의 공상과학이 단순한 문학에서 벗어나 영화를 포함한 복잡한 창작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고품질 작품, 시장 확대, 대규모 재정 투입, 공상과학 팬이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랑지구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터넷에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설정이 많다"거나 "애국주의에 질렸다", "이게 역사적 걸작이냐"는 등 비판적인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고 한 영화평론가는 "중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이 관중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공가도를 달리는 영화 유랑지구. 과연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미국 할리우드의 ‘어벤져스’처럼 지구촌의 공감과 찬사를 받는 인기작이 될 것인지,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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