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21일 한국천문연구원은 은하 회전 방향이 이웃 은하의 평균 운동 방향과 뚜렷한 상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웃 은하와의 상호작용이 은하 회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최초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우리 은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은하는 일정한 움직임을 보이며 회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하들이 이웃 은하들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은하의 회전 방향을 측정하기 위해 정확한 방향성을 알 수 있는 400여 개의 은하를 대상으로 삼아 3차원 분광 관측을 실시하여 은하의 회전축을 나란히 정렬해 주변에 위치한 이웃 은하의 운동 방향 분포를 모두 겹쳐보았고 그 결과 은하 회전 방향이 이웃 은하의 평균적인 운동 방향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은하의 회전과 이웃 은하의 상관성은 은하 외곽부 회전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됐는데 이는 은하 바깥쪽이 안쪽보다 더 외부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충돌 은하인 부자은하(사진 출처: CAHA, Descubre, DSA, OAUV) [한국천문연구원 제공=연합뉴스])
대표적인 충돌 은하인 부자은하(사진 출처: CAHA, Descubre, DSA, OAUV) [한국천문연구원 제공=연합뉴스])

또한 회전하는 은하가 어둡고 가벼울수록, 이웃 은하가 밝고 무거울수록 상호 경향성이 뚜렷한 것으로 관찰됐는데 이는 운동학적 상관성이 은하와 은하 사이 직접적인 상호작용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런 은하 사이의 상관성은 최대 260만 광년 떨어진 이웃 은하에서도 발견됐는데 이를 통해 은하가 아주 오랜 시간 전에 만났던 이웃 은하와의 흔적을 회전이라는 운동학적 성질로 간직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관측 자료는 칼리파(CALIFA·Calar Alto Legacy Integral Field Area Survey) 데이터로  독일과 스페인이 공동 운영하는 칼라 알토 천문대에서 공개된다. 어떤 물체가 회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각운동량(角運動量)은 본질적으로 보존이 된다. 그리고 추가적인 외부 영향이 있기 전까지는 하나의 계(system)가 가진 각운동량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이러한 특성은 은하의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이준협 박사는 “은하의 회전축과 회전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최근에서야 주목받는 주제이다. 은하 회전 방향이 이웃 은하 운동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천문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 미국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10일 자에 실렸으며 연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천문대에서 최대 3만여 개 은하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대규모 3차원 분광 탐사관측 프로젝트 '헥터'(Hector) 참여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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