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대를 이어 의사 가문을 만들기 위해 과열된 사교육에 혈안이 된 부유층을 소재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 최근 한 교수가 실제로 이와 유사한 행태의 부정시험을 벌이다 적발되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의대 교수가 본인이 재직 중인 의대에 아들을 넣기 위해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사실이 들통나 해임됐다. 이 범행은 교수 아들이 오답 내용을 그대로 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면접관들에 의해 꼬리가 밟혔다.

19일 부산 고신대학교와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신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학원은 올해 1월 말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대학 의대 산부인과 김모(58) 교수를 2월 12일 자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김 전 교수는 작년 1∼2월 고신대 의대 편입학 전형의 면접시험 문제와 모범 답안 여러 개를 미리 빼낸 뒤 편입학 지원자인 본인 아들에게 미리 전달했다. '대를 이어' 의사를 시킬 욕심에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 그리고 그의 헛된 욕심으로 인한 입시 부정은 시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고신대 의대의 편입학 전형 중 면접시험은 면접관 교수 2명이 한 조를 이뤄 지원자에게 인성과 지적 능력 등을 평가할 문제를 주고 대화를 주고받는 문답식으로 이뤄진다. 시험에 앞서 교수들이 함께 문제를 내고 답안과 채점 기준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답'인 일부 내용이 한때 포함됐다가 나중에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면접시험을 본 지원자 중 한 명이 그 오답을 그대로 읊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면접관들은 이에 의심을 품고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상의한 후 해당 지원자에 대해 '불합격' 의견을 냈다. 이 지원자는 김 전 교수의 아들이었으며 부산 시내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고신대 관계자는 "당시 문제가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 면접을 중지하고 수사를 의뢰했다"며 "경찰 수사에서 직원 1명이 김 전 교수에게 문제 몇 개를 메모해 넘겨 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의대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지난해 면접시험 문제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수사 결과 A씨는 의대 시험이 있었던 작년 1월 26일 새벽에 학교에 들어가 면접 문제 9개와 모범 답안의 핵심어 등이 적힌 쪽지를 만든 뒤, 미리 약속된 장소에 이를 숨겨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게시판에 넣어두었습니다. 확인하세요'라고 김 전 교수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김 전 교수는 이 쪽지를 찾아 아들에게 답안을 외우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김 전 교수와 A씨 사이에 금품이 오가거나 승진을 약속하는 등 문제 유출에 따른 직접적 대가를 주고받은 구체적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와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지위를 이용해 부정시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김 전 교수. 그의 대를 이어 의사 가문을 만들려던 허황된 욕심은 결국 자신과 아들의 인생에 있어 치명적인 오점이 되고 말았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전개처럼 과도한 욕심은 점차 자신과 주변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교육도 입시도 입사도 모두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올바른 사회를 기대하면서도, 이러한 올바른 사회의 구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씁쓸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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