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야구팬들은 익히 알 내용이지만, 과거에는 야구장에서 선수가 나올 때마다 테마송이 흘러 나왔고 기존의 가요를 개사한 응원가가 장내에 울려 퍼지면서 흥을 돋우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음악들이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저작권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프로야구팀들은 지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음악저작물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지급하며 야구 관람 시 대중가요를 통한 선수 개인과 팀에 대한 응원가를 사용해 왔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원곡의 일부를 편곡과 개사를 하면서 작곡가들과의 갈등이 생겼는데 결국 윤일상과 이영준 등 원작자 21명이 2018년 3월 삼성 라이온즈가 음악저작물을 응원가로 사용하면서 허락 없이 가사를 편곡·개사해 동일성유지권과 2차적저작물을 침해했다며 4억2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삼성구단만에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KBO와 10개 구단은 마케팅 회의를 열어 전 구단이 선수 등장곡 사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로 인해 경기장 내에서 응원가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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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작곡가 윤일상 씨 등 원작자 21명이 프로야구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곡을 편곡·개사한 응원가가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곡들이기 때문에 편곡과 개사를 한 정도가 원곡과 헷갈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삼성 라이온즈가 악곡을 일부 변경해 사용했더라도 이는 야구장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음역대를 좀 높게 하는 등으로 변경한 것이지 원곡과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변경은 아니다"며 "대중적 성격을 갖는 대중가요의 특성상 저작자로서는 어느 정도 변경 내지 수정을 예상하거나 감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응원가로 사용되는 음악저작물의 경우 대다수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한 곡들이어서 야구장 관객들 입장에서 응원가가 원곡 그 자체라고 헷갈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윤 씨 등이 주장하는 동일성유지권과 2차적저작물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개사에 대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만든 경우는 원곡과 변경된 가사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돼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다. 악곡과 가사는 분리 가능한 독립저작물이기 때문에 작사가에 대한 저작권 침해도 없다“고 판결했다. 

즉 동일성유지권에서는 약간의 변경이 있었더라도 사람들이 그 음을 듣고 다른 노래라고 오해할 여지가 없고 가사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야구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정한 저작권료를 지불하면서 원곡을 편곡, 개사한 응원가를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작곡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저작인격권(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인격적 이익을 법률로써 보호 받는 권리)도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작곡가들과의 원만한 합의를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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