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조지아 오키프(1887. 11. 15~1986. 3. 6)는 20세기의 미국 여류 화가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아 가장 유명하고 가장 고가의 작품을 자랑한다. 

그런데 그녀의 모든 유화 작품에는 마치 여드름 같이 표면에 기포처럼 미세하게 돌출된 것들이 관측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주위에 퍼지거나 점점 커지다 결국 터지면서 작품을 훼손하였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는 이 현상이 오키프가 생전에 살며 그림을 그렸던 뉴멕시코주 사막의 모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18일 노스웨스턴 대학의 매코믹 공과대학원 마크 월튼 연구 교수가 이끄는 학제 간 연구팀은 이 현상이 ‘금속비누(metal soap)’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오키프 작품 '페데르날(Pedernal)'을 확대한 장면 속의 금속 비누 (데일 크론크라이트/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제공)
오키프 작품 '페데르날(Pedernal)'을 확대한 장면 속의 금속 비누 (데일 크론크라이트/조지아 오키프 미술관 제공)

금속비누는 일반적으로 유화에서 고착제로 사용되는 지방산과 금속이온의 화학작용으로 생성되는 것을 말한다. 

월튼 교수는 금속비누에 대해 "물감 고착제의 유리지방산이 납과 아연 안료와 작용하고, 이런 금속비누들이 모여 표면으로 돌출해 여드름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연구팀은 이를 통해 유화의 돌출부가 커지고 확산하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혀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비누는 초기에는 1천분의 1㎜의 크기를 가지고 있어 자외선으로 비춰야만 확인이 될 정도로 작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커지는데 이 정도까지 진행이 되면 복원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린다. 

과거에는 이런 돌출을 측정하기 위해 큰 시설과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평범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을 이용한 장비를 개발하여 유화 표면을 빛으로 스캔하고 반사되는 빛을 분석해 초정밀 3차원 측량을 했고 앱을 이용해 붓의 터치나 캔버스 섬유에 의한 것이 아닌 돌출 부위를 찾아냈다.

와튼 교수의 이번 금속비누에 대한 연구 결과는 오키프의 작품뿐 아니라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다른 유화 작품에도 적용될 수 있어 미술품을 더 좋은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보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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