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이웃 나라 일본에 우리는 많은 것을 답습하고 또 반대로 되기도 한다. 그것이 정치적 이해관계, 또 호불호와 관계없이 말이다. 그중 국가 간 유사하게 빚어지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청년들의 장기화되고 있는 실업과 그로 인해 결혼을 포기하는 등 외부적인 활동을 최소화하는 은둔화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청년들 사이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이 있다. 청년실업의 쓰디쓴 부작용으로 대두되고 있는 ‘고립무직자(SNEP)’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서 시작한 고립무직자란, 20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 중에 직업이 없고 학생은 아니면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가족 이외에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고립무직자는 쉽게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와 유사하게 통용된다.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은둔형 외톨이와 고립무직자와의 차이가 있다면, 고립무직자는 조금 더 직업적인 측면이 가미된 말이다. 즉 학생도 노인도 고립된 생활을 한다면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되지만, 보통 직업을 가져야 하는 노동인구가 은둔 생활을 하면 고립무직자라 불린다.

최근 도쿄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심화하는 고립무직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립무직자가 된 인구는 162만 명으로 추산됐으며, 특히 35세 이상이 79만 명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는 일본 사회에서 SNEP인구가 늘어나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몇 가지 항목을 들어 경고한다.

먼저 고립무직자가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면서 젊은 세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이다. 특히 현재 젊은 세대가 부모 부양 부담에 더해 고립무직자가 된 형제까지 부양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는 '형제 불안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또 고립무직자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비극적 사건 사고가 벌어지기도 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 최근 일본에서 고립무직자 생활을 하던 50대 A 씨가 장례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부모의 시신을 집에 방치했다가 법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도쿄대는 "청년기에 일하지 않으면 중/장년이 돼도 여전히 무직자로 지내고 결국 생활보호 대상자로 전락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며 "앞서 A 씨의 사례는 다죽음사회를 앞둔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서도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의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일본의 고립무직자 현상이 남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직 일본에 비해 수면으로 떠오르거나 연구가 되지 않아서일 뿐이지 이와 유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 그리고 청년실업, 이런 사회 분위기가 몰고 오는 ‘자포자기’ 현상까지. 책상에서 논의되는 해결책이 아니 현장을 충분히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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