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식당에 들어가면 당연히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우리가 지불하는 그 대가에는 음식의 재료비와 함께 인력비, 서비스비, 가게의 임대료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식당 운영자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비용이 소요되고 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가게로 들어가 앉는 순간부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이치이다.

커피 프랜차이즈가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두되기 시작한 문제가 있다. 비용대비 얼마나 머무르느냐 하는 문제이다. 보통 식당의 경우 ‘식사’라는 소비자의 목적이 뚜렷하지만,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커피를 마시는 것 외에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소비자마다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장시간 가게 내에 머무르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과연 그것이 타당한 소비자의 권리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 바 있다.

구분이 가지 않아 더 당당한 노오더족 [사진 / 픽사베이]
구분이 가지 않아 더 당당한 노오더족 [사진 / 픽사베이]

대표적으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그리고 오랜 사회적 논의 끝에 커피 한 잔에 2시간 정도 머무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희미한 합의가 도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오더족’이 새로운 문제로 두각 되기 시작했다. 노오더(No Order)족이란 주문을 하지 않는 소비자를 뜻하는 말로, 노오더족을 둘러싼 논쟁은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는 일회용품을 줄여 환경을 보하려는 취지로 매장 내에서 먹고 가는 소비자의 경우 일회용 컵 대신 유리/플라스틱 다회용 컵에 음료를 받아 마셔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따라서 이를 적극 홍보하려는 차원에서 집에서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가져와 음료를 받아 마시면 일정 부분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노오더족은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탄생했다. 일부 소비자가 집에서 텀블러에 음료나 커피, 차를 받아와 매장 내에서 어떠한 메뉴도 주문하지 않고 태연하게 자리를 잡아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음료를 구매해 텀블러잔에 받아 마시는 소비자와 외적으로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

카공족은 한 잔의 커피라도 주무한 후 오랜 시간 머무르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면, 노오더족은 아예 어떤 주문도 하지 않은 채 태연하게 오랜 시간 매장에 머무르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매장 주인과 선량한 소비자에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노오더족은 매장에서 구매하지도 않은 텀블러의 음료를 자유롭게? 즐기며 매장 내에 마련된 시럽, 시나몬파우더, 크림 등을 이용하는 배짱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노오더족의 천태만상이 알려지며, 공교롭게도 정말 환경을 생각해 텀블러를 준비해 와 커피를 구매해 마시는 소비자마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자 노오더족을 향해 ‘신종 거지’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모든 제도가 완벽하게 정착하기 전까지는 다양한 부작용과 시행착오가 빗어진다. 지난 8월 시행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조치 역시 ‘노오더족’이라는 새로운 부작용을 직면하고 있다. 신종 거지라 일컬어지는 일부 노오더족에 대한 효과적이고 영리한 해법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