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짜가(가짜)가 판친다’. 이 가사는 거짓이 만연한 시대를 풍자한 <세상은 요지경>의 노래 중 한 대목이다. 노래가 비판하듯 이 시대는 거짓이 여기 저기 난무해 ‘의심’이 필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관계에서 돈은 물론 없는 자녀를 있다고 속이기까지 그 천태만상의 거짓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최근에는 출산하지도 않은 자녀를 있는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한 가짜 학부형 A(28·여)씨가 검거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여성은 쌍둥이를 낳았다고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고 수년간 이어오다, 초등학고 예비소집일이 되어서야 아이가 확인되지 않아 적발되었다. 이유는 돈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장기결석 아동 전수 조사로 드러난 일명 ‘원영이 사건‘ 이후, 2017년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물론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전수조사를 통해 아동학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여기에 A씨의 긴 가짜 부모 행각이 들통 난 것이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지난 24일 전남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쌍둥이 형제의 모친? A씨를 검거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는 2012년 11월 미혼인 상태로 쌍둥이 형제의 출생신고를 했으나 이달 초 영암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아이들을 불참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쌍둥이를 출산한 적이 없으며 허위 출생신고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최초 적발되었을 때 A씨는 경찰에 “애 아빠가 어릴 때 데려갔다. 나는 경기도에 살고 있다”며 아이들 아버지의 신원을 밝히길 거부했고 연락을 두절하고 잠적했다. 그러다 지난 24일 경기도 모처에서 검거된 A씨는 충격적인 진술을 털어놨다.

A씨는 허위 출생신고로 주민등록번호를 만든 뒤 해외 출국을 원하는 불법체류자 자녀들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들의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불법체류자 자녀를 해외로 출국시키기 위해 허위로 출생신고를 해주면 돈을 준다는 아르바이트 광고를 접했다”며 “가짜로 출생신고를 했으나 무서워서 돈을 받지 않았고 출국 등을 실제로 도모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출생신고 당시 브로커들이 인우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우보증이란 다른 사람의 어떤 법률적 행동에 대해 보증을 서준다는 의미한다. 실제 A씨는 2011년부터 전남 영암의 한 아파트 주소지를 등록했으나 현재까지 A씨나 아이들을 목격했다는 주민도 없고 A씨의 진료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지난 8년간 아동수당을 신청한 적도 없었으며 쌍둥이 형제는 병원 진료 기록이 전혀 없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며 브로커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영화 같은 이번 사건은 허위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또 다른 불법행위를 저지르려는 브로커들과 이들의 현혹에 이끌려 범죄에 가담한 A씨의 공모로 빚어진 장기간의 사기극이다. 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에 각 기관과 단체도 하나하나 그때그때 확인할 수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짓이 또 다른 더 큰 거짓 범죄로 이어져 큰 피해를 야기하고, 나아가 이를 막으려는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선량한 국민의 행정절차는 더 복잡해지고 번거로워지는 등 악순환이 된다. 어디서부터 어떤 허점이 있었기에 범죄자들의 시나리오가 장기간 통할 수 있었는지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유사 범죄에 대한 경고와 대비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 검거된 자들의 진술에는 또 다른 거짓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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