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이른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면 우리를 맞이해 주는 것은 이제 맑고 차가운 공기가 아닌 뿌연 먼지다. 그야말로 미세먼지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이 상황을 지옥이라면 지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 시대가 도래했다. 

‘에어포칼립스’란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의 합성어로, 매우 심각한 대기오염에 의해 발생하는 종말, 또는 대재앙을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의 대기오염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한 말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1월 중국 베이징에는 지름 2.55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993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되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의 약 40배에 달한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하여 들어감으로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7년부터 미세먼지(PM10, PM2.5)에 대한 대기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Group 1)로 지정하였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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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인체에 매우 해롭기 때문에 2013년 당시 ‘살인스모그’로 불리기도 하였으며 실제로 그린피스에 의하면 중국의 주요 도시 31곳에서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한 사람이 25만 7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중국을 이탈하는 외국 기업이 늘어나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자 중국 정부는 석탄 사용 축소와 차량 수 제한, 오염물질 공장을 폐쇄하는 등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 결과 조금씩 개선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만 에어포칼립스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10~11월 초승달이 뜨는 날 부의 여신 ‘락 슈미’ 등을 기념해 열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가 열린다. 이 축제때 인도 힌두교인들은 폭죽을 터뜨리고 추수 후 남은 곡초들을 불로 태운다. 

뉴델리 인근 하리아나주와 펀자브주에서만 매년 3500만톤의 곡초들이 불에 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행위로 인해 대량의 연기와 재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최대 778㎍/㎥까지 치솟는 등 중국에 맞먹는 수치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만성 기관지염, 폐렴, 심장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하늘은 몇 주 동안 누런 스모그로 뒤덮이는 등 최악의 공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공기의 질은 건강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초미세먼지 경보에 의한 긴급재난 문자가 자주 오고 있다. 뿌연 하늘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드는데 이것이 바로 ‘에어포칼립스’가 아니고 무엇일까. 

수명을 조금씩 깎아먹고 있는 초미세먼지의 저감을 위해 국가와 국민들은 모두 손을 잡고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바로 앞에 와 있거나 이미 와 있는데 못 보고 있는 에어포칼립스를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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