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지혜 기자 / 디자인 이연선] 회색 도시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쉴 틈 없이 일하는 사람들, 위압감이 느껴질 만큼 높고 빽빽한 건물들 그리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이처럼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고자 곳곳에서는 ‘수직 정원’이 등장하고 있다.

수직정원이란 ‘식물이나 혹은 다른 물성들이 수직의 벽면에서 자라거나 설치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정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리빙 월(Living Wall), 그린 월(Green Wall)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미국의 조경학과 교수 스탠리 화이트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는데, 초창기 스탠리 화이트 교수는 흙을 담을 수 있는 모듈판을 제작한 후 식물을 심고 물을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를 시작으로 주머니를 만드는 방식, 매트 형식, 흙 없이도 영양제가 들어있는 물을 순환시켜 재배하는 방식 등 필요에 따라 점점 더 다양하고 편리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을 통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수직정원은 이제 하나의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수직정원의 특징은 건물의 내부와 외부 양쪽에 모두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 식재하기 전에 빛의 밝기, 온도, 건조함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하여 식물을 선택해야 함을 유념하는 것이 좋다. 실내 수직 정원에 적합한 식물에는 대표적으로 드라세나, 네프롤레피스, 에피프레넘, 스파티필럼, 코디에움, 호야 등이 있고, 실외 수직 정원의 경우에는 일부 세듐과의 식물이나 갈대, 잔디 등이 있다.

한편 수직정원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에 의해서였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여행을 하던 중 영감을 얻은 그는 자신의 낡은 헝겊과 옷 등을 정원의 벽에 붙여 식물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등 수직의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고, 1994년 세계적인 정원 디자인 쇼 ‘쇼몽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에서 독특한 수직정원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에는 싱가포르,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직정원을 적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부산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얼마 전부터 서울시에서는 수직 정원 기술을 이용한 ‘건물숲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이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극심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수직정원 등을 활용한 녹지 공간은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건물 외벽의 수직정원은 적외선 방지와 폭우 피해 예방을 물론 냉·난방비 절감 효과, 건축물 보호 등의 기능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적인 공간의 등장만으로 건축물에 안정적이고 활기 있는 분위기가 더해진다는 점 또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녹색식물과 수직 정원 기술의 만남으로 보다 가치 있는 녹지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만큼, 수직 정원 적용 사례가 더욱 확대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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