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이가 기특하거나 사랑스러운 경우 좋은 선물로 포상을 해주고 싶어 이러한 물음을 주곤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먹거리를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서 안전망이 무너지다 보니 이러한 물음 자체도 점점 조심스러워 지고 있다. 알고 보면 아이에게 유해한 것들이 많아 확실히 아이에게 무해한 지를 돋보기처럼 들여다보고 결정해야 할 정도.

최근 아이들의 완구에서 또 문제가 터졌다. 그것도 유아/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액체괴물(슬라임), 일명 ‘액괴’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또 검출된 것. 액체괴물은 젤리처럼 끈끈하고 고무처럼 자유롭게 늘어나는 성질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점토 장난감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많은 어린이들이 몇 개쯤 소유하고 있는 ‘액체괴물’ 완구 다수에서 다량의 붕소 화합물이 검출됐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이 지난 2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액체괴물/액괴라고 불리는 액체성 점토 완구 내의 붕사, 붕산염 등 붕소 화합물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무려 25개에서 붕소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붕소 화합물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생식/발달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들이 붕소 화합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고,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선 어린이와 임신부는 가급적 붕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생식/발달 독성 물질에 과다 노출될 경우 생식 기능/능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정상적인 발달에 지장을 초래 할 수 있다. 생식과 발달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예민한 부분이라 이 같은 보도가 나간 후 많은 학부모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 액체괴물에서 붕소 화합물이 검출된 것은 이 완구가 가지는 특성 때문에 더 심각하다. 액체괴물은 아이들이 손으로 마구 만지며 노는 완구로 아이들이 액체괴물을 만진 후 간식을 먹는 등 별다른 경각심 없이 입 주변으로 손이 가게 되어 있다. 특히 유아의 경우 본능적으로 입에 대기도 하는데, 붕소 화합물은 입으로 바로 들어갈 경우 붕소의 흡수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더 많이 위험한 것.

앞서 액체괴물은 지난해 대규모 리콜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액체괴물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됐던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확인됐기 때문으로, 이 두 물질은 액체를 포함하는 완구류 및 학용품에 사용하는 것이 전면 금지된 독성물질이다.

연달아 유해물질이 발견된 액체괴물.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액체 괴물을 친근한 완구로 생각하며 가까이 하고, 화려한 색깔의 액체 괴물을 친구들과 주고받으며 놀기도 한다. 성장에 있어 중요한 시기인 어린이를 위해 각 가정에서 먹는 것, 입는 것, 씻는 것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데 정작 아이들의 애장품처럼 여겨지는 완구에서는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되고 있어 정부와 각 가정의 경각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일 터지며 많은 피해를 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엊그제 일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먹고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이 더 이상 ‘검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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