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조재휘 수습기자] 어린 시절, 우리는 만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캐릭터에 많은 감정을 이입하고 항상 편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 보니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른의 눈이 되어 재평가 되는 만화 영화 주인공 캐릭터. 얼마나 차이가 날까? 

첫 번째, <달려라 하니>의 ‘하니’는 금수저!

[사진/'달려라 하니' 방송화면]
[사진/'달려라 하니' 방송화면]

<달려라 하니>의 내용에서 하니는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아빠는 중동에 나가 건설업에 종사한다. 만화를 처음 방영했던 때가 80년대였는데 실제 1970~80년대에는 중동에 건설 붐이 일어 국내 기술자와 노동자를 파견하던 시기였다. 당시 파견된 기술자들의 연봉은 상당히 고액이었으며 하니의 새엄마가 되길 원하는 유지애는 은퇴 기자회견을 단독으로 주최할 정도의 대배우이다. 

하니는 유지애를 ‘아빠의 재산을 노리는 여자’로 치부하고 있으니 하니 집안의 재산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일까. 그리고 하니는 옥탑방에서 살지만 가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새엄마가 될 유지애가 싫어서 가출한 것. 그리고 나애리가 살고 있는 하니가 원래 살았던 집은 지금의 청담동 대주택과 견줄 만 하다. 하니의 집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나애리 뺨을 철썩 쳐 줄 정도는 된다. 

두 번째, 아재들에게 성인군자로 불리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

[사진/'아기공룡 둘리' 방송화면]
[사진/'아기공룡 둘리' 방송화면]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둘리는 귀엽고 친숙한 이미지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 고길동에게 혼나고 있는 둘리를 보면 고길동은 인내심 없고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쁜 어른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길동은 진정한 성인군자요 미륵불이라 할 수 있다. 둘리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엄청난 사고뭉치다. 만화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났다면 엄청난 민폐 캐릭터이다. 고길동의 집에 온 첫날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을 몽땅 털어 먹어버리고, 고길동이 TV를 보고 있는데 풍선껌을 소리 내면서 씹고 얼굴에 풍선껌을 터트려버리는 예의 없는 행위를 한다.  

또한 둘리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둘리는 평소에도 고길동의 낮잠을 방해하는 등 괴롭혔고 한마디 상의 없이 또치를 집에 앉혀버린다. 또 비싼 양주며 고길동이 아끼는 낚싯대까지 부러뜨리고 집을 박살내기도 한다. 이런 말썽들로 인한 뒤처리는 온전히 고길동의 것. 

이에 둘리 만화를 그린 김수정 화백의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네가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느낄 때 넌 다 큰 거란다”
 
세 번째,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아빠’

[사진/'짱구는 못말려' 방송화면]
[사진/'짱구는 못말려' 방송화면]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짱구 아빠는 매번 짱구 엄마에게 구박을 당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스펙을 자랑한다. 짱구 아빠는 일본 명문대인 와세다 대학을 졸업했는데 와세다 대학은 일본 사립대학교 중에서 1위이다. 젊은 나이에 후타바 상사 영업2과 계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6살 연하 아내와 결혼에 성공해 전업주부인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 영아기 딸을 혼자서 부양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일하는 후타바 상사는 설정상 조그만 지역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다. 에피소드 중에서 즉석에서 헬기를 부를 정도의 기업 회장이 짱구 아빠의 회사를 보고 라이벌 회사라고 말할 정도면 대단한 기업임을 알 수 있다. 또 주택대출 융자가 32년이나 남았다고 하지만 사실 일본에선 평생 상환으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도 수도권 근방의 2층집을 30대에 마련한 것은 짱구아빠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달리 보이는 만화 캐릭터의 다른 면들. 어린 시절의 가치관과 어른으로서의 가치관의 차이가 이리도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 사랑했던 캐릭터들에 대한 좋은 감정은 실제 모습이 어떻든 앞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