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극심한 미세먼지가 연일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중요해졌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하면서도 외부의 미세먼지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공유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자동차 자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같은 유해 물질이 실내로 유입된다면 어떨까. 온 가족이 차 안에 머무르는데 구매한 차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여간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다.

이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기아차 쏘렌토를 중심으로 차량의 에어컨 송풍구에서 하얗고 미세한 먼지 같은 입자들이 나와 논란이 되었다. 먼지처럼 차량 실내에 쌓이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하얀 가루는 ‘에바가루’로 불리며 소비자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에바가루란 에어컨 증발기(에바포레이터)의 알루미늄 표면처리 공정 불량으로 증발기 표면의 알루미늄이 부식돼 형성된 백색 가루다. 국토부가 한국세라믹기술연구원에 의뢰해 에바가루의 성분분석을 한 결과 에바가루의 주성분은 '수산화알루미늄'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산화알루미늄은 알루미늄과 수산화기(OH-)와 결합한 것으로, 과도한 산을 중화하는데 이용된다. 이 때문에 제산제, 흉통/위염/소화궤양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신부전 환자들에서 인의 흡수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밖에 염색의 매염제, 여과 매질, 제조 유리, 내화 점토, 종이, 도기, 인쇄 잉크, 윤활 조성물, 계면 활성제, 방수 천, 땀 억제제, 치약 등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수산화알루미늄이다.

어떻게 보면 인체에 무해한 성분 같지만 분진 형태의 수산화알루미늄 즉 에바가루는 체내에 쌓이면 문제가 된다. 식약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수산화알루미늄에 과다 노출되면 노인성 치매, 비결정설 비결정성 폐섬유증, 기흉, 뇌병변, 빈혈, 신장 독성 등에 노출 수 있다.

많은 양에 노출되면 신체에 이상을 초래하는 에바가루. 이러한 현상이 다양한 차종에서 발생하며 소비자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각종 자동차 동호회와 커뮤니티에 에바가루가 쌓인 사진들이 공유되며 공분을 사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기아차 쏘렌토를 제조하는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이후 공조시스템을 바꿔서 현재는 불량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걱정과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산화알루미늄은 몸에 들어간다고 해도 자연배출되는 물질로, 엄청난 양을 과다 흡입해야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질로, 미세한 양의 흡입에 대한 유해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바가루로 문제가 된 차량들은 지난해 2월 이전 제작된 부품제작사 두원공조의 에바포레이터가 적용된 차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가 제작해 판매한 쏘렌토, 스포티지, 투싼 등 39만여 대의 '에바가루' 분출 현상에 대해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한 바 있다.

미세먼지의 고통 속에서 터진 에바가루 사태. 물론 제조사의 말처럼 소량이고 이를 흡입했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내 가족과 내가 타는 차량에서 유해 물질이 나온다는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말 그대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지 유해성이 없는 상황도 아니다. 얼마 전 믿었던 가습기 살균제가 제대로 뒤통수를 친 일이 있는 등 트라우마가 많은 소비자에게 에바가루가 걱정일 수밖에 없음을 제조사와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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