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만취한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는 승객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어디까지 일까? 

지난 6월 10일 밤, 대구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A 씨는 만취한 승객을 태워 울산역까지 데려다 주고 있었다. 그러나 도중에 승객이 소변이 마렵다고 차를 세워달라고 했고 A 씨는 영천시 북안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88.3㎞ 지점 비상주차대에 차를 세워 승객을 내려주었다.

승객은 내려서 볼일을 보았으나 만취상태라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다 고속도로 1차로에서 달리던 승용차와 충돌해 숨지고 말았고 A 씨는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 씨는 승객이 만취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방치하지도 않았다며 유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는 택시에서 내릴 당시 만취해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렀고, 피고인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할만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고속도로 위를 헤매도록 방치한 것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 유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A 씨에게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하였다. 

밤의 고속도로에 승객을 내리는 행위는 매우 큰 위험이 뒤따른다(픽사베이)
밤의 고속도로에 승객을 내리는 행위는 매우 큰 위험이 뒤따른다(픽사베이)

이처럼 택시기사는 만취된 손님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승객이 위험에 빠질 상황이 되지 않게 하고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적극적으로 구조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21일 이와는 같은 상황인데 반대되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5월 22일, 택시기사 B(54) 씨는 중국인 손님 C(43, 여) 씨와 일행 2명을 태웠다. C 씨는 운행 중인 택시 안에서 일행 중 한 명과 말다툼을 하였는데 이는 곧 몸싸움으로 발전하여 C 씨는 발길질을 하고 신발을 벗어 때리기 시작했다. 또한 조수석 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리자 B 씨는 문의 잠금장치를 풀며 C 씨에게 ‘내리라’고 했다.

하지만 곧 B 씨는 “사고가 나면 위험하다”며 나머지 일행에게 C 씨를 다시 태우라고 했는데 일행들이 “그냥 가라”며 요금을 내고 함께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 5분 후 C 씨는 다른 차량 3대에 잇따라 치여 다발성 장기손상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B 씨는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10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B 씨에게 "술에 만취한 피해자 등 3명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심야시간대 사람 통행이 불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줘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C 씨의 일행이 보호해 줬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비록 C씨의 하차 장소가 고속도로 갓길이었다고 하더라도 술에 취하지 않은 일행이 있어 C 씨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점과 B 씨가 요금을 받고 “가라”고 얘기를 들은 시점에 택시기사와 승객의 운송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재판부는 21일 B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건은 택시기사가 고속도로에서 손님을 내려줘 사망한 사건으로 결과는 같다. 하지만 보호 의무의 유무가 유무죄를 갈랐다. A 씨는 보호 의무가 있던 상황에서 방치했던 것이며 B 씨는 C 씨와 일행의 판단에 의해 운행이 종료된 후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보호 의무에서 자유로웠던 것이다.

보호 의무의 유무를 떠나서 고속도로 중간에서 승객이 내리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B 씨의 경우 무죄를 받긴 했지만 사망자가 발생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택시기사는 보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승객도 스스로의 위험을 자초할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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