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친구 자녀 속인 뒤 사망보험금 빼돌린 ‘잔인한’ 우정 [시선톡]
사망한 친구 자녀 속인 뒤 사망보험금 빼돌린 ‘잔인한’ 우정 [시선톡]
  • 보도본부 | 심재민 기자
  • 승인 2018.12.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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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직업상 다양한 사건/사고/범죄를 접하지만 정말 악질 내용을 접할 때면,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만이 뇌를 온통 장악하기 때문에 분노조차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특히 돈 욕심이 원인이 된 비극적인 사건을 바라볼 때면 돈의 무서움 앞에 머리가 멍해진다.

최근 또 머리를 띵하게 하는 인면수심 범죄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에서 숨진 고향 친구의 자녀들을 속여 수억대의 사망보상금을 빼돌린 50대 남성이 구속기소 된 것. 지난 20일 광주지검 형사2부(손준성 부장검사)는 사기 혐의로 양모(52)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2015년 11월 전라남도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A씨의 자녀에게 접근했다. A씨는 양씨의 고향친구로 부인과 이혼하고 일용직 노동을 하며 홀로 14세~20세인 3남매 키워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친구의 사망 소식의 양씨의 못된 우정?이 발동했다. 양씨는 A씨의 사망보상금 2억3000여 만 원을 수령하게 된 자녀들에게 “보호자 역할을 해주겠다. 유족보상금 등 절차도 대신 잘 처리해주겠다”고 현혹했다. 이후 그는 3남매의 7촌 인척을 후견인으로 지정하게 한 뒤 정기적으로 보상금이 지급될 때마다 “사업상 급하게 필요한 돈이 있다. 몇 달 뒤에 돈이 들어오면 돌려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등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

그렇게 양씨는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남매에게 18차례에 걸쳐 유족보상금과 보험금 등 2억3000여 만 원을 편취했다. 심지어 양씨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 이사하려던 아이들에게 보증금 2150만 원짜리 집을 구했다고 속이고 실제로는 보증금 100만 원짜리 집을 구해주기도 했다.

하나뿐인 보호자를 잃고 슬픔에 빠진 남매. 그들에게 보호자의 그늘이 얼마나 절실했을까. 그런 남매는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며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양씨를 그래도 보호자라고 믿고 의지하며 돈을 빌려줬다. 그리고 그 돈으로 양씨는 수입차를 빌려 타고 다녔고 정작 남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다. 점점 상황이 절박해진 남매는 양씨에게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양씨는 번번이 “공사대금 받을 돈이 있다. 민사로 돈 받을 게 있으니 갚아주겠다”고 3남매를 또 속였다.

사망한 친구의 자녀에게 접근해 사망보험금을 타낸 양 씨. 이런 끔찍한 발상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돈에 눈이 먼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치유해야 할 물질 만능주의의 폐해일까. 당사자의 합당한 처벌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고심도 필요해 보인다.

한편 검찰은 사기 전과가 다수 있고 신용불량자 신분이었던 양씨가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이 3남매에게 2년간 2억5000여 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양씨를 구속기소 했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자들에게 생계비 일부를 지원하고 법률 지원을 했으며 심리상담 등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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