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최근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성별에 따른 갈등일 것입니다. 이성에 의해 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에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 등을 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점점 나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이 지난 6일 통과되었는데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단체들까지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양쪽 모두에게 비난을 듣고 있는 걸까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개별 법률이 보호할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의 입법안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여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은 한국 사회에서 젠더폭력이 이미 심각하고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어 복합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지만 법적, 사회구조적으로 여성 폭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평등하지 않은 성별 권력관계와 성차별을 기반으로 한 여성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국가적인 대책 마련과 근절의지를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원안이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젠더’를 위한 법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입법안으로 거치는 과정에서 오직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하게 되어 새로운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기고 있죠. 

당초 원안에는 성별에 기반 한 폭력이라고 명시되어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감안했습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측이 법안명의 중심 내용에 대해 논의한 결과 대상을 ‘사회적 약자’, ‘젠더’ 등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피해자 다수가 여성인 점을 감안하여 ‘여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여성만을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개별법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로 특정한 것은 유례가 없다”고 밝히면서 “광범위한 성폭력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폭력 등 방지 기본법’으로 수정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법사위를 설득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법사위 소속 대다수 의원들은 법 적용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지 않을 경우 당초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으며 한 의원은 “남성 피해자를 여가부에서 다 보호하려고 욕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여가부에 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법사위는 법의 폭력의 개념을 ‘여성에 대해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좁혀 의결을 한 것이죠. 

게다가 법 내용에 대해서도 여성과 남성들이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정춘숙 의원이 처음 발의했던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한다’며 의무조항으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최종안에는 ‘수립·시행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성평등’이 ‘양성평등’으로 수정된 것을 두고 여성 단체 등은 피해자 지원에 대한 강도와 범위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 측도 이 법안에 대해 남성에 대한 폭력과 성희롱 등을 법안에서 아예 제외한 채 오직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한 것이 역차별이라며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도 자신들에 대한 내용이 제외되었다며 비판하고 있죠. 

젠더에 대한 폭력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려 했던 해당 법은 현재 법에서 제외된 남성이나 성소수자는 물론 대상인 여성들을 만족시키지도 못하는 법으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원안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었던 법이 왜 이렇게 뭇매를 맞게 된 걸까요? 차별과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그런 법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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