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인류는 진화하고 그에 맞춰 지구의 모습과 특성도 점차 변해간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고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이어지는 불변의 법칙이다. 따라서 그런 흐름에 맞춰 지구는 각 큰 변화에 따라 각각의 이름으로 시대가 분류되어 왔다.

특히 지구가 탄생한 이후 지층과 화석을 근거와 지구상에 일어난 아주 큰 변화를 기준으로 지구의 역사를 대변하는 지질시대가 구분되는데, 이를테면 쥐라기/백악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사는 지구의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인류세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빠르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 환경과 맞서 싸워야 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2000년 세기말 당시 네덜란드 화학자 크뤼천이 제안한 용어로, 즉 인류의 욕심으로 파괴된 지구를 되살려야 하는 시기가 바로 인류세인 것이다. 이를 적용해 지질시대를 나누면 시대 순으로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면서 현세인 ‘충적세’ 다음이 바로 인류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류세가 마치 어떤 세금의 한 종류처럼 느껴지지만 이 ‘세(Epoch)’는 지질시대를 나눌 때 쓰는 시대 단위다. 흔히 쥐라기, 백악기처럼 ‘기(Period)’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기’의 아래 단위가 바로 ‘세’다. 지층과 화석을 근거로 하는 ‘기’와 달리 지구상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때만 ‘세’가 나눠지는데, 산업화 이후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에 일어났으며 이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라 크뤼첸은 ‘인류세’라고 구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이러한 인류세의 주장은 비단 크뤼첸만의 주장은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도 이에 공감하면서 지구의 심각한 파괴를 이제는 지구촌의 과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크뤼첸의 ‘인류세’ 주장이 발표되고 난 뒤 2004년 유로사이언스 포럼에 참가한 각 분야 과학자들도 인류세 이론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재앙을 일으키는 가장 치명적인 지역으로 사하라사막, 아마존강 유역의 삼림지대, 남극 서부의 빙원 등 12개를 꼽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인류세’. 그러나 인류세를 실제 지질시대에 포함시킨다면 언제부터를 기점으로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정도의 안이 나온 상태로, 먼저 콜럼버스가 대륙을 발견하고 100년 정도 지난 시기인 1610년부터를 인류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때부터 유럽과 아메리카는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많은 인류가 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동식물이 직/간접적으로 사람과 함께 대륙횡단을 시작한 것.

또 일부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시작한 1945년을 인류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산업화도 함께 이루어지면서 본격적인 환경파괴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지질 연구팀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 ‘기술화석’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물질이 이 시기부터 퇴적층에 쌓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수 십 억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을 지구. 특히 인류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하고 발전을 시작한 이후 지구는 병들고 망가져야 했다. 크뤼슨의 주장처럼 이러한 지구의 아픈 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류세’로 규명해 다시 원래대로 회복시켜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는 지구가 영원할 것이라는 인류의 믿음이 ‘착각’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나는 현시점에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