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믿음’은 무엇일까. 믿음은 어떤 명확한 사실에 대한 신뢰 일 수도 있지만, 불확실한 그 무엇인가에 대한 맹신일 수도 있고 심지어 잘못된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기도 하다. 이러한 믿음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둘러싼 이야기가 일부 특정 종교 단체를 통해 종종 수면위로 떠오르는데, 그 사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감하게 한다.

최근에는 이단 종교에 빠진 40대 딸이 노부모(부 83세 / 모 77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이 모(44세, 여)씨에게 검찰의 양형 부당 항소 이유를 받아들여 1심의 징역 1년보다 형량을 높인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이 씨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유도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기독교 이단계열 종교단체 교주 임모(64·여)씨에게는 1심의 징역 5년보다 줄어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살아 있는 동안 속죄와 반성 그리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보편적인 종교의 기능이라면 임 모 씨가 교주로 있는 종교단체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임씨는 자신이 교주로 있는 종교단체에 속한 이 씨 부모에게 "용(마귀/사탄을 의미)이 씌었으니 어서 회개하고 하나님 곁으로 가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입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단 종교집단의 특성상 교주는 신과의 매개체 이자 곧 신으로 주입당하기 때문에 고령의 노인인 이 씨 부모에게 교주 임씨의 꾸준한 ‘죽음 유도’는 아마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에 검찰은 노부부가 아들의 가출 등으로 힘들어하면서 "천국에 가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놓자, 임 씨가 "하나님에게 가서 응답을 받아라"고 말한 점에 비춰 사실상 죽음을 교사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임씨에 대해 자살교사가 아닌 자살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 "자살교사가 성립되려면 자살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새롭게 자살할 것을 마음먹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이 원래부터 자살할 생각이 있던 것으로 볼 증거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임씨 보다 더 주목되는 행동은 노부부의 딸인 이 씨의 행동이다. 이 같은 교주의 주입과 노부부의 그릇된 ‘믿음’이 지속되자 이 씨마저도 판단력이 흐려지며 이에 동조하게 만든 것.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승합차에 태운 뒤 북한강의 한 다리 아래 내려주는 등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왔다. 그리고 결국 자살을 방조하고 유도한 임 씨와 이 씨로 인해, 이 씨 아버지는 다음날인 12일, 어머니는 4개월 뒤인 지난 3월 각각 북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잘못된 믿음의 무서운 파괴력을 알려주는 이번 사건. 의지가 되어야 할 종교에 고민을 털어놨더니 ‘죽음’을 해답으로 내놓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등, 그릇된 믿음의 지배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건을 통해 변질된 믿음의 심각성이 수면위에 떠오른 만큼 더 이상 우리사회가 소수의 일로 치부할 때가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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