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지혜 수습기자/ 디자인 최지민] “~라던데 진짜야?”, “아님 말고!”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게 카더라 식의 근거를 모르는 추측성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지양해야 할 일이다. 진위 여부를 묻거나 소문을 전달하는 행위는 피해자를 또다시 가해하는 일이 되기 때문.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같이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당사자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명한 것이며,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증명력이 배척되는 분위기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어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하며 문제점을 극복해 낼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도 이에 해당한다.

즉, 이제까지 답습되어 오던 성적 고정관념 그리고 남성 중심 문화에서 탈피하여 올바른 성 관념을 갖추자는 의도를 지닌다. 최근에는 성희롱·성폭행과 관련된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근거로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를 보자. 경찰관 A 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경이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된 데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그 사실을 물어 확인하려 했고 소문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속 경찰청 징계위원회에서는 A 씨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점에 기반하여 강등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부당하다며 경찰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런데 2심 재판부에서는 그의 행위가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게 명백한 2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등 처분이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여성 청소년계 경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더욱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됐다고 지적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된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친구의 아내를 강간하고도 가해자가 무죄를 선고받자 부부가 동반 자살한 사건. 재판부는 사건 전후 CCTV에 찍힌 피해자의 모습이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오히려 불륜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남편에게 허위로 피해를 말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증언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 그러면서원심이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성폭력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이와 더불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은 대법원. 이것이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여, 궁극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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