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조재휘 수습기자/ 디자인 최지민] 지하철이나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는 연속적으로 운행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지만, 동력에 의해 작동이 되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이용객들이 별로 없을 때 운행을 중단하기도 한다.

간혹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걸어가 본 적이 있는가. 이때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데 걷는 느낌이 어색하다거나 발이 무겁다고 느껴질 수 있으며 심지어 현기증이 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현상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데 뇌가 일으키는 착각 때문이다. 일명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현상’ 또는 ‘걸음 효과’라고 한다. 평소 우리는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인다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뇌는 에스컬레이터가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인식하여 자연스럽게 몸을 앞으로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평소보다는 빠른 걸음으로 걸음을 내딛게 되며 균형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뇌와 신체가 따로 논다는 말인데, 신체의 평형상태가 깨져 이로 인해 어지럼증을 동반한 일시적인 균형감각 상실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구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의 임페리얼 대학과 버밍햄 대학의 박사인 아돌포 스론스테인과 리처드 레이놀즈 박사 연구팀은 이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고정된 평행 판 위를 걷도록 지시했다. 그다음에 약 1.2m/s로 움직이는 평행 판 위를 20회 걷도록 하였고, 이후 평행 판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다음 다시 멈춘 평행 판 위를 걸어가도록 지시했다. 실험 동안 연구진은 전자 장비로 실험 참가자들의 근육 움직임을 기록하며 분석했다.

그러자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처음 멈춘 평행 판 위를 걸었을 때랑 움직이는 평행 판 위를 20회 걷고 나서, 멈춘 평행 판 위를 걸었을 때 다리의 근전도 활동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평행 판이 멈춰있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참가자들은 평행 판이 움직일 때와 같은 근육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며 현상의 원인을 증명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적 오류가 아닌 우리 신체에서 민감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두뇌의 시각적 환상 또는 반사작용이라고 설명한 연구진은 ‘이전에 얻은 경험이나 판단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우리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여 발생하는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현상. 익숙한 경험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신체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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