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만약 협박 문자를 보냈는데 상대방이 읽지 않았다면 이는 협박이 성립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지난 2017년 8월 A 씨는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나갔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동창인 B (32 여) 씨를 보게 되었는데 그날 이후 B 씨는 A 씨에게 자신과 교제해 달라는 문자를 받게 된다. 

문제는 그 횟수. B 씨는 A 씨에게 2~5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236차례에 걸쳐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B 씨의 문자는 ‘교제해 달라’, ‘외롭다’, ‘교제해 주지 않으면 회사에 전화하겠다’, ‘허락하지 않으면 주변에 해를 끼치겠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교제를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점점 수위가 높아져 교제를 허락하지 않으면 신변에 해를 끼치겠다는 협박성으로 변한 것이다. 

차단을 했음에도 문자가 물밀듯이 오면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차단을 했음에도 문자가 물밀듯이 오면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고작 동창모임에서 얼굴을 한 번 본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B 씨를 견디기 힘들었던 A 씨는 B 씨의 문자를 스팸처리해 볼 수 없게 하였고 고소하였고  B 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불안감 유발 문자메시지 반복 전송'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A 씨가 B 씨의 문자를 스팸 처리하여 실질적으로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B 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재판에서 B 씨는 문자를 보내기는 했지만 A 씨가 결과적으로 스팸처리를 해 최종적으로 전달되지 않았으니 무죄라고 주장하였다. 과연 그럴까?

1심과 2심 재판부는 "B 씨는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그 내용을 모두 읽어야 범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보통신망의 건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이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전송됐다면 (피해자가 읽지 않더라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B 씨는 항소하였고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법원 역시 전심을 인정하여 B 씨에게 내려진 벌금 200만 원의 형을 확정하였다. 

재판부는 "B 씨가 전송한 문자 내용과 경위·기간·횟수를 고려하면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언에 해당하고 반복성도 인정된다. 문자가 스팸 보관함에 쌓였어도 피해자가 바로 확인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실제로 문자메시지를 읽고 확인한 지와 관계없이 공포심·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를 A 씨에게 도달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문자가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보지 않았으면 도달하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문자가 왔다는 알림 하나만으로도 도달은 완료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보지 않았더라도 그 내용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집착과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B 씨가 A 씨에게 한 행동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B 씨가 억울해 할 이유는 없다. 누군가 내 집 앞에 쓰레기를 계속 버린다고 상상해 보자. 그 쓰레기가 보기 싫어서 안 볼 수는 있지만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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