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지난 24일 오전 11시12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시간여만인 오후 9시26분쯤 소화되었다. 원인 무상의 이 화재로 인해 KT 아현지사 회선을 쓰는 서울 서대문구·마포구·중구·용산구 및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통신이 끊겼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는 유·무선 전화 통화나 IPTV 시청, 초고속 인터넷과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식당·커피숍 등 매장의 카드결제, 현금지급기 사용, 병원 내 환자진료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가 먹통이 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게다가 경찰청과 소방청. 국방부의 일부 통신까지 장애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관에까지 영향을 끼쳐 통신망 체제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처럼 현대는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들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되어 있는 이른바 ‘초연결사회’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기능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유기적이고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네트워크가 사라지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 발생일, 용산역에서도 통신마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다 (출처/시선뉴스DB)
사고 발생일, 용산역에서도 통신마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다 (출처/시선뉴스DB)

예를 들어 용산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를 기다리는 도중 식사를 했다고 치자. 기차 시간이 다 되어 밥값을 내려 하는데 통신이 두절되어 현금을 내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 현금이 없어 ATM기에 가서 현금을 뽑으려 하는데 ATM기도 먹통이 되어 돈을 뺄 수 없다. 계좌이체도 통신망이 멈춰서 할 수 없다. 식당 주인도 식사를 한 고객의 잘못이 아니기에 어쩔 도리가 없다. 계좌번호를 적어주면서 추후에 입금해 달라고 한다.

이런 불편함뿐만 아니다. 위험도 존재했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갑자기 위독해 졌는데 의료진을 부르는 시스템이 마비되어 큰일이 벌어질 뻔하기도 하고 25일 오전에는 통신 마비로 119 신고가 제때 되지 않아 마포구에 살고 있는 70대 노인이 골든타임을 놓쳐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신마비로 인한 시스템의 구멍이 경제적인 위험과 안전의 위협까지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초연결사회는 네트워크로 인한 극도의 편리함이 존재하지만 그 네트워크가 마비되면 사회 대부분의 시스템도 마비가 된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만일의 사태에 늘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대비가 없었다는 것이 이번 화재로 인해 확인되었다. 

이런 대비의 부실함은 일종의 문화지체현상(기술의 발전속도를 문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곧 다가올 5G(5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상용화가 되는 12월 이후에는 더욱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Iot(사물인터넷)와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을 대표로 하는 5G 서비스는 자동차와 건물, 가전기기 등 우리의 실생활에 쓰이는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스스로 작동한다. 현재보다 더욱 촘촘한 연결이 되는 초초연결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통신마비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현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초연결사회는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형태이다.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대비 역시 자연스럽게 되어야 한다. 만약에 대비하는 비용은 결코 사고 발생 후 수습하는 비용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한치 앞만 보다가 막을 수 있는 재난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