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김미양] 30대는 나이로만 따지면 ‘현역’이다. 20대의 치기보다는 성숙함을 지녔고 경험이 쌓이면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연령대다. 따라서 가장 활력이 넘쳐야 할 시기이고 도전정신이 투철하며 가정을 이루는 등 사회적으로도 안정을 형성하던 시기였다.

왜 과거형으로 얘기를 하냐면 현재의 30대는 그렇게 활력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결혼은 포기한지 오래이며 무한 경쟁사회에 돌입함으로써 인생은 치열함 그 자체다. 10대에서 20대에 끝났어야 할 자기계발과 공부는 여전히 괴롭히고 있으며 시간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만들 여유도 없어 혼술과 혼밥을 한다.

이런 30대에게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 바로 ‘얼리힐링(early healing)’이다. 얼리힐링은 중년이 되기도 전에 지쳐 자신만의 위로와 가치를 쫓는 것을 말하며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을 얼리힐링족이라 한다.  

얼리힐링족의 특징은 꾸준한 자기계발과 힐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의 실제 소비 패턴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트렌드연구소가 BC카드 빅데이터센터와 3년간 카드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어 학원이나 헬스장에서 몸을 만드는 등 자기 계발 분야와 이와 관련된 서적 구입이 증가하였고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행 관련 소비는 매년 10% 가까이 꾸준히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 하는 행동 보다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빈도가 매우 커졌다고 한다.

이런 소비 패턴은 미래를 위한 것 보다는 다분히 현재를 위한 소비라 할 수 있다. 취업과 승진,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업을 등에 짊어진 이들은 이를 완수해야 하는 시기에 다다랐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 무엇 하나도 쉽게 해결되는 것이 없어 ‘무엇을 하더라도 안 된다’는 절망감과 회의감,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경제적인 불안감이 끝나지 않으니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나의 만족을 위해 소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을 갖게 된다. 따라서 몸과 마음의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를 많이 하게 되며 이런 소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도 꾸준히 하게 된다.

과거에는 20대 중후반에 결혼을 하여 30대에 가정과 직장에서 안정을 찾고 이 상태를 유지하여 40대와 50대를 거쳐 은퇴를 하며 인생의 지침을 느꼈다. 하지만 현재는 자신의 힘만으로 20대에 결혼을 하는 것은 판타지에 가깝고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30대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원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얼리힐링족은 3포세대, 5포세대와 7포세대를 거친 미포세대(미래를 포기한 세대)라 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욜로(YOLO,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는 것)족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 하는 것과 떠밀려서 하는 것은 근본적인 만족도와 행복도가 다르다. 얼리힐링족이 욜로족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주된 일꾼인 30대가 활력을 가지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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