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최근 들어 연달아 훈훈한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9일 울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폐지를 줍고 있던 70대 여성에 폭행을 가하던 20대 만취 남성을 지나가던 인근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말리고 경찰에 신고해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이들은 작은 영웅으로 불리며 교육청의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훈담을 이어가듯 또다시 용감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밝혀졌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23일 경찰서장 집무실에서 김대겸(22) 씨에게 경남지방경찰청장 표창장을 수여하고 범인 검거 보상금을 지급했다. 

지난 20일 손님이 드물어지는 오후 9시 20분께 거제시 장평동의 한 상가 카페에는 점주 A(26) 씨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손님인 척 들어온 B(56) 씨는 돌연 강도로 돌변하여 B 씨를 흉기로 위협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완강히 저항하며 “살려달라”고 크게 소리쳤다. 이에 B 씨는 당황하여 그대로 달아났는데 마침 주변의 편의점에 있던 김대겸 씨가 이 범행 현장을 목격하였고 곧장 B 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본 또 다른 시민 김찬수(22) 씨와 조민욱(18·고등학교 3학년) 군도 추격전에 가세했다. 

50대인 B 씨는 도주를 하였지만 불과 200m도 못 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고 김 씨 등 추격 시민들에게 붙잡혀 버렸다. 그리고 이들은 이어 도착한 경찰에게 B 씨를 인계함으로써 추격전은 끝났다.

강도미수 피의자를 검거해 표창을 받은 시민들 (거제경찰서 제공)
강도미수 피의자를 검거해 표창을 받은 시민들 (거제경찰서 제공)

경찰의 조사 결과 A 씨는 지역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실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으며 경찰은 B 씨를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리고 김대겸 씨를 도와 같이 추격전을 펼쳤던 김찬수 씨와 조민욱 군도 피의자의 퇴로를 막은 공이 있다고 판단하여 경찰감사장을 수여하기로 하였다. 

이번 사건은 앞서 말했던 사건보다 더 위험했을 수 있다. 앞선 사건은 피해자가 고령이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안전을 지켰다는 점에서 위대했지만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손에 흉기가 있었던 강도사건이었기 때문이다. B 씨가 강도의 연장선으로 자신을 추적해 온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했다면 시민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 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추격에 B 씨는 도주의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고 모두가 안전하게 검거되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김대겸 씨는 표창 후 소감으로 "피해자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고,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이 되면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겸 씨의 소감은 요즘 젊은이 같지 않은 겸손함이 담겨 있다. 요즘처럼 각박하고 툭하면 묻지마 범죄가 벌어져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시기에 남의 일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개인주의적인 사회로 흘러가면서 자신의 안전과 귀찮음 등을 포기하고 남을 돕는 용기를 내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힘든 일일 수 있다. 따라서 김대겸 씨와 그를 비롯한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고 널리 알림이 당연하다.

중국에는 범죄 행위를 보고도 자신에게 해가 될까봐 방관만 하는 웨이관이라는 현상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그와 비슷한 모습을 확인하여 중국의 뒤를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은 그저 우려에 불과할 것 같다. 이런 시민영웅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사는 사회를 여전히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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