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이지혜 수습기자/ 디자인 이연선]

▶ 월리스 흄 캐러더스 (Wallace Hume Carothers)
▶ 출생-사망 / 1896년 4월 27일 ~ 1937년 4월 29일
▶ 출생 /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
▶ 활동분야 / 화학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합성섬유 나일론을 만든 ‘월리스 흄 캐러더스’. 거미줄보다 가늘고 마찰에 강하며 경량감 등 여러 장점을 지녀 의복부터 산업용까지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나일론에는 비운의 천재, 캐러더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순수한 학문을 추구했던 월리스 캐러더스
월리스 흄 캐러더스는 1896년 4월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태어나 타키오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공부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모교의 강사로, 1926년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이듬해 화학 기업 듀폰 사로부터 일자리 제안을 받게 된다. 교단에 서는 것이 좋았고 자신의 지식을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캐러더스였으나 듀폰 사의 계속되는 설득에 이직을 결정한다.

캐러더스는 실험실보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는 “실험의 95%는 연필과 종이로 증명할 수 있으며 실제로 해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순수한 학문을 추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후세에도 길이 남을 발명을 하게 되었고 이는 듀폰의 사업 추구 방향과 맞물려 히트 제품으로 이어졌다. 그 중 나일론은 캐러더스가 개발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캐러더스 연구팀과 함께 최초의 합성 섬유 ‘나일론’을 탄생시키다
캐러더스는 1929년, 최초로 폴리에스테르를 개발했고 이듬해 캐러더스의 연구팀 아널드 콜린스는 최초의 고품질 합성 고무, 네오프렌을 발명했다. 그러다 산과 아민을 결합한 아미드의 화합물에서 합성 섬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순수 과학을 추구하던 캐러더스는 연구를 미루다 듀폰 사의 압박에 이기지 못해 다시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1934년 연구팀의 도널드 코프먼은 최초의 폴리아미드 섬유 합성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듬해 2월, 석탄의 부산물인 벤젠을 원료로 한 초중합체를 완성한다. 6-6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던 폴리헥사메틸렌아디포아미드로부터 튼튼하고 탄력 있는 섬유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듀폰에서는 이 물질을 상품화하면서 ‘나일론’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다방면에서 사랑받는 나일론
나일론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여성용 스타킹이다. 1940년 5월 15일, 처음 스타킹이 출시된 날 백화점 앞에는 스타킹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고 수십만 개의 스타킹은 금세 매진되었다. 당시 스타킹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실크 스타킹에 비해 얇고 투명했기 때문인데,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듀폰의 매출은 금세 두 배로 늘었고 중합체 기술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초의 나일론 제품은 스타킹이 아니라 칫솔이었다. 그전까지는 동물의 털로 만든 칫솔을 사용했지만 나일론 칫솔의 등장은 각종 세균 번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가격이라는 점에서 ‘기적의 칫솔’로 불리며 이목이 집중되었다. 나일론은 그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에는 낙하산, 타이어, 밧줄, 텐트 등 군수품 제조에도 활용되었다.

나일론 이전에는 인공으로 제조된 섬유, 레이온(인조 실크)가 있었지만 천연 셀룰로오스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량 생산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캐러더스 연구팀의 성과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었다.

-불운의 천재, 안타까운 그의 삶
1936년 캐러더스는 기업 소속 유기화학자로서는 최초로, 미국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될 만큼 유능했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발작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이듬해에는 동생의 죽음으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등 순탄치 않은 시간 속에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결국 1937년 4월 28일, 그는 호텔에서 청산가리가 함유된 캡슐을 삼킴으로써 유명을 달리했다.    

1986년 나일론의 생산량은 무려 340톤에 달했다. 오늘날 나일론의 전 세계적으로 장난감, 가전제품, 자동차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출현은 다른 고분자에 대한 연구 개발로 이어지고 있어 캐러더스의 업적은 더욱 매력적이고 위대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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