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이재원 수습기자] 민담이나 설화는 그 나라의 생활상이나 문화를 반영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특성 때문에 유독 바다와 관련된 설화가 많다. 특히 바다에서 일생을 살아 온 어부들을 통해서 전해져 온 흥미롭고 다양한 바다 설화들.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까?

첫 번째, 한국판 인어공주 ‘황옥공주’ 인어 설화

몇 년 전, 우리나라 인어에 대한 전설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릴 적 읽었던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와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가 서양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의 형상을 띄고 있는 인어와 관련된 다양한 바다 설화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동백섬에서는 한국판 인어공주 ‘황옥공주 인어’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인어나라 ‘미란다(나란다)국’에서 무궁나라 은혜왕에게 시집온 황옥공주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바다에 나와 황옥에 비친 고국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를 전설이 아닌 실사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기록에 따르면 대가야국 김수로 왕은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 공주를 아내로 맞았다. 일부 향토사학자들은 이 허황옥 공주가 설화 속 황옥공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두 번째,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문무왕 설화

두 번째 바다 설화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무왕 설화이다. 경주 감포 앞바다의 대왕암. 이 바위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바로 삼국 통일을 이룩한 신라 무문왕의 무덤이라고 전해진다. 설화에 따르면 삼국 통일 후 나라의 안위를 항상 걱정했던 문무왕은 죽어서도 바다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아들 신문왕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동해 바다에서 장례를 치렀는데 문무왕이 용으로 승천하면서 왜적의 침입 경로가 되는 동해의 열두 섬을 차례로 격파하여 그 흔적은 바닷물 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무왕 설화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단편적으로 실려 있으나 설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 또한 주제나 주체가 다르기도 하다. 다만 이 설화를 통해 우리는 죽어서까지도 수호신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 했던 문무왕의 마음, 그리고 이 설화를 입으로 전하며 그를 기렸던 백성들의 호국 사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문무대왕릉은 그 모습 자체가 매우 절경이어서 경주의 대표적인 일출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세 번째, 바다 용왕과 해녀 아리 설화

우리나라 바다 설화의 단골 소재는 단연코 용왕이라고 할 수 있다. 여의주로 신통술을 부릴 수 있는 용왕은 설화 속에서 주로 수려한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백일 마을에서는 바다 용왕과 해녀 아리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설화의 내용은 요즘의 드라마와 매우 흡사하다. 이뤄질 수 없는 바다 용왕과 해녀 아리의 사랑으로 잔잔했던 바다는 난폭해진다. 이에 해녀 아리는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결과적으로 부처님의 음덕으로 그들의 사랑은 맺어지고 바다는 잔잔했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바다 용왕과 해녀 아리 설화‘는 당시 진해 웅천 앞바다에서 살았던 해녀들의 생활상과 염원을 보여주며, 이 이야기는 올해 2월 창원 석동우분투 뮤지컬단에 의해 ‘해녀 아리’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이상 우리나라 바다와 관련된 설화를 알아보았다. 서양의 이야기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도 신비롭고 흥미로운 다양한 바다 설화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우리나라 설화는 당시 바닷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염원이나 소망이 담긴 이야기인 만큼 설화의 뿌리를 찾아 명소를 방문하는 것도 이색적인 여행의 한 테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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