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연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창피를 당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창피를 당하는 느낌이 들어 채널을 돌리거나 시선을 회피한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공감성수치’를 느낀 것이다.

‘공감성수치’란 일본의 임상심리사 우치다 토모아키에 의해 명명된 용어로 “드라마 주인공이 창피를 당하는 것을 볼 때 본인이 창피를 당할 때 반응하는 뇌 부위가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의 수치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마치 자신이 당사자인 것처럼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증상은 실제로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는 이를 밝혀내기 위해 남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10.4%가 공감성수치를 경험했다고 밝혔고 89.6%가 경험한 적 없다고 밝혔다. 즉 열 명 중 한명 정도는 공감성수치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공감성수치는 아직 심리학 용어에는 이르지 못한 하나의 증상이다. 보통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도 및 공감능력이 높을 때 이 증상도 잘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드라마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실 상황이나 온라인에서도 어떤 사람이 창피를 당하는 상황일 때도 공감성수치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을 때 한 토론자가 잘못된 사실의 자료를 가져와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어필하다가 팩트로 무장한 상대에게 호되게 당한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호되게 당하는 사람의 주장을 따랐던 입장이라면 팩트로 무장한 상대에게 똑같이 호되게 당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댓글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비슷하게 잘못된 주장을 하다 깨닫고 도망 간 네티즌을 보면 흔히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라고 말하곤 한다. 이 표현 역시 공감성수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공감성수치는 일종의 수치심으로 그리 유쾌한 느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느낀다고 어떤 질환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드라마를 몰입하여 볼 때 각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슬픔 또는 분노라는 감정을 느낀다. 공감성수치의 수치심 역시 이런 감정 중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공감성수치를 느끼는 것이 심하면 공감성수치를 유발시키는 장면을 피하기 위해 채널을 바꾸거나 외면하면 된다.

공감성수치는 일종의 공감능력이다. 따라서 공감성수치를 잘 느끼는 사람은 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 친화력이 좋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문제인 법. 과하게 공감성수치를 느끼거나 전혀 못 느끼는 것은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공감성수치를 몇 번이나 느껴 봤는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