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열풍이 불면서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범죄, 느와르 장르의 영화에도 여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 그리고 아예 극단적으로는 후속작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서 등장인물의 성들이 아예 전환이 되어 나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런 현상, 젠더 스와프에 대해 알아보자. 

젠더 스와프란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성별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작이나 원작에서는 남성이었던 캐릭터가 여성으로, 또는 여성이었던 캐릭터가 남성으로 전환되어 등장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32년 만에 리부트 된 영화 ‘고스트 바스터즈’가 있다. 원작인 고스트 바스터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유령을 잡는 네 명의 유령사냥꾼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작품으로 주인공인 피터 벤크맨(빌 머레이 분)은 전형적인 마초 캐릭터였다. 또한 해당 작품에서 여성의 비중은 잠깐 얼굴을 비췄던 비서와 유령에게 씌여 구출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캐릭터인 다나 바렛 정도(시고니 위버 분)였다. 

고스트 바스터즈는 4명의 남성 주인공이 4명의 여성 주인공으로 완벽히 전환되었다(위 고스트 바스터즈2, 아래 고스트바스터즈)
고스트 바스터즈는 4명의 남성 주인공이 4명의 여성 주인공으로 완벽히 전환되었다(위 고스트 바스터즈2, 아래 고스트바스터즈)

하지만 리부트 된 2016년판 고스트 바스터즈는 기존 작품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먼저 주요 네 명의 유령사냥꾼이 모두 여자로 바뀌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다가 유령사냥꾼으로 거듭나 칭송을 받는 주역들이 된다. 그리고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 등에서 쓸데 없는 행동으로 민폐를 끼치거나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비명만 질러대던 여성 캐릭터를 남성으로 바꾸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비서 케빈(크리스 햄스워즈 분)은 금발의 꽃미남 캐릭터로 심할 정도의 백치미를 자랑하며 종일 민폐를 끼친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 하나로 사무실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리부트판 고스트 바스터즈는 그야말로 대놓고 젠더 스와프를 실현한 영화였다. 원작 팬들은 영화 발표 당시 발전된 cg로 고스트 바스터즈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환호했지만 주인공들이 여성으로 발표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대로 고스트 바스터즈에 관심이 없었던 여성들은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해 신선함을 느끼게 되었다. 

고스트 바스터즈 외에도 젠더 스와프 영화들이 자주 속출하고 있다. 1984년 개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톰 행크스와 다릴 한나 주연의 영화 ‘스플래쉬’가 리부트 되는데 다릴 한나가 분했던 인어가 남성으로 전환되어 리부트 된다고 한다. 국산 영화도 젠더 스와프가 된 사례가 있다. 영화 ‘국가대표’는 주인공들이 모두 남성 스키점프 선수들이었으나 2편에서는 전원 여성인 핸드볼 선수로 전환되었다. 

스타워즈 시리즈 역시 정식 시리즈였던 에피소드6까지 모든 주요 캐릭터들이 남성이었지만 일곱 번째 작품부터 여성으로 주인공이 바뀌었다. 오션스 시리즈 역시 최신작은 모두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젠더 스와프 작품들은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장르에 여성들이 전격적으로 출연하면서 그동안 판에 박혀있던 여성의 역할을 크게 넓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젠더 스와프가 작품성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페미니즘, 즉 성적 이념에 치중하여 제작되는 경우 개연성이 부족해져 내용이 매우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가 작품에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작품성이 희생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젠더 스와프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기존의 작품에 신선함을 더할 수 있고 더 생각할 거리를 만들 수 있으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므로 앞으로 이런 작품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작품에서 성별이 전환되는 젠더 스와프.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작품들이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나와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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