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지혜/ 디자인 이연선]

▶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 출생-사망 / 1915년 4월 7일 ~ 1959년 7월 17일
▶ 출생 / 미국 메릴랜드 주
▶ 활동분야 / 예술(재즈)

자신만의 감각적이고 독특한 스타일로 새로운 보컬 형식을 창조한 재즈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컬의 전설

-한 줄기 빛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녀의 어린 시절
1900초반, 미국 흑인들의 삶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들 주변에는 늘 가난과 인종차별이 존재했고, 일리노어 페이건 (빌리 홀리데이의 본명) 또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녀는 부모로부터 일찍이 버림받았는데, 유랑 악단의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가 떠나자 양육 능력이 없던 어머니는 그녀를 친정에 맡겨버렸고, 그렇게 그녀는 학대와 외로움 속에서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일리노어 페이건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열 살 무렵, 백인 남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남자를 먼저 유혹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화원에 가는 신세가 되었다. 감화원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또 다른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그 충격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몸을 팔거나 유치장에 들락거리며 찬란했던 본래의 빛을 잃어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기회, 그리고 빌리 홀리데이와의 만남
희망 없이 살아가던 중에 그녀는 ‘포리와 제리즈’라는 나이트클럽 댄서 자리에 지원하게 되는데 이 우연한 기회가 그녀의 목소리와 재능을 알리는 시발점이 된다. 나이트클럽 안을 가득 매웠던 그녀의 노래(Trav`lin All Alone)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좌중을 압도했던 그날의 무대를 시작으로 그녀는 가수 ‘빌리 홀리데이’로 인생 제2막의 장을 열어간다.

한편 무대에 오를 때면 빌리 홀리데이의 머리에는 항상 치자 꽃 한 송이가 함께했다. 거친 머릿결을 감추기 위함이었지만 그녀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치자 꽃 장식과 목이 긴 흰색 장갑은 빌리 홀리데이만의 상징이 되었다.        

- 흑인들의 애환을 노래하다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 중 ‘Strange Fruit’라는 곡은 흑인들의 핍박받는 삶을 다룬 노래다.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의해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나무에 매달린 흑인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인데,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이러한 폭력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녀는 또 다른 노래 ‘God bless the child' 재즈곡을 통해서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저항과 애환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하는 현실을 반영한 그녀의 노래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Strange Fruit’으로 흑인들의 아픔을 담아내면서 미국 전역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빌리 홀리데이는 <타임>지 사진에 등장한 최초의 흑인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레이디 데이’, 일상에서는 ‘흑인’
그녀의 멜로디는 분위기를 압도했고 환상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가수로서 그녀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치자 꽃 장식과 흰 장갑을 끼고 무대 위에 선 빌리 홀리데이는 품격 있고 우아하여 ‘레이디 데이(Lady Day)’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하지만 무대 아래의 세상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 또한 인종차별을 당하는 대상이었기에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부터 차가운 시선이 뒤따를 뿐이었다. 빌리 홀리데이가 재즈 가수로 활동을 하던 시기에는 백인들의 빅 밴드와 스윙 재즈가 유행했는데, 함께 순회공연을 다닌 백인들이 안락한 호텔 보금자리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는 추운 밤거리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이유는 단 하나, 흑인이라는 것. 그녀 생애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은 날은 손에 꼽았을 것이다.

- 후대에도 전해지는 그녀의 ‘재즈 소울’
3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빌리 홀리데이. 블루스의 정서를 재즈 사운드에 녹여내는 것이 그녀만의 창법이었고, 모든 노래에 과할 정도의 감성이 녹아있었기에 빌리 홀리데이의 블루스 색깔은 재즈 가수 중 가장 강렬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빌리 홀리데이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해석 능력이 좋았고 자신의 느낌대로 노래를 풀어나갔기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녀만의 재즈 영역이 생길 수 있었다. 약물중독으로 인해 44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명반 'Lady In Stain'로 활동하며 음악에 정열을 바쳤다. 그녀의 사망 이후에도 대중들과 매스컴의 사랑은 계속되었는데, 지난 2015년에는 빌리 홀리데이를 기념하는 탄생 100주년 기념 헌정 앨범이 발매되기도 하였고 수많은 영화나 광고 영상에서도 그녀의 음악이 쓰이고 있다.  

악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불렀던 그녀. 자신만의 색깔이 있었기에 재즈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비록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빌리 홀리데이라는 가수가 남긴 곡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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