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정선] 사람은 화가 나는 일이나 곤경에 빠졌을 때, 또는 대화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욕을 사용하곤 한다. 사용 빈도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욕을 평생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욕설을 하는 행위는 만국 공통이라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욕이 신성모독, 성적인 의미, 근친, 패륜, 저주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례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욕을 하는 행위에도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는데 과연 무엇일까?
먼저 욕 자체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언어라 할 수 있지만 욕을 하는 행위는 언어활동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인간의 90% 이상의 언어 중추는 좌뇌의 대뇌반구에 위치하여 있다. 따라서 좌뇌에 손상을 받으면 종종 언어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실어증에 걸려 말을 못 하는 환자들이 욕이나 노래는 유창하게 부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욕이 언어영역뿐 아니라 좀 더 뇌의 기초적인 영역에 속해있음을 알 수 있다.
스티븐스 박사는 틱 장애의 일종이자 욕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투레트 증후군 연구를 통해 욕이 운동에 관여하는 기저핵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욕이라는 것은 언어이기도 하지만 자율적으로 행하는 ‘움직임’이라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욕을 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일까?
욕설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우리는 욕을 함으로써 문장의 의미뿐만 아니라 의미에 대한 분노나 혐오, 고통 등의 감정적인 반응도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누군가에게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고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또 어떤 어려운 상황이나 고통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 스티븐스 박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얼음물에 손을 넣는 실험을 하였다. 이 때 욕을 하는 학생들이 일반적인 언어를 쓰는 학생들보다 더 긴 시간동안 얼음물에 손을 담그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 실제로 욕을 한 학생들은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기도 했는데 이런 현상은 진통제 역할과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욕은 연대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친밀도가 있는 사람들끼리 욕설을 농담처럼 쓰다보면 소속감과 연대감이 높아지는데 반대로 그 그룹외의 사람들에게는 욕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가 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뢰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욕을 하는 것이 허용이 되는 만큼 그 외의 그룹에서는 좀 더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욕을 자주 쓰는 사람에게 ‘무식하다’ 또는 ‘말을 제대로 못 하니 욕이나 하지’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티모시 제이에 의하면 욕을 잘 하는 사람들이 부족한 어휘와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최상류층은 욕을 사용하지 않지만 상위 중산층 사람들은 중산층보다 훨씬 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휘 능력이나 교육의 정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욕을 하는 것은 의외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며 인내심을 기르고 인간관계까지도 돈독하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나’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장점일 뿐 타인은 남이 하는 욕을 들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이 상하며 심할 경우에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욕이라는 것은 가급적이면 혼자서 하거나 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신뢰가 쌓인 사람들과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욕은 엄밀히 말하면 나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욕을 안 할 수 는 없기에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발가락을 문지방에 찧어 보라 무슨 말부터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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