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인류의 오랜 염원인 생명 연장의 꿈. 이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인간의 연구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몇몇 장수 동물에게서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먼저 아프리카 지역 땅속에 사는 길이 8㎝의 작은 동물 ‘벌거숭이두더지쥐’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수명은 32년 정도로 인간으로 치면 약 800세 수준인데, 특히 나이 들어도 사망 위험률이 높아지지 않고 산소 없이도 18분 정도를 버틸 수 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샤프롱` 단백질 수준이 다른 동물과 비교해 매우 높고 통증 신호 전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통증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프롱 단백질은 손상된 DNA를 빠르게 회복시켜주고 다른 단백질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즉 노화를 유발하는 각종 단백질 손상을 수시로 바로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으로 차세대 게놈서열분석(NGS) 기술이 발달하면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장수 유전적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음 동굴 속 박쥐 역시 장수 동물 중 하나로 평균 수명은 30년~40년 정도로 수명이 짧은 비슷한 몸집의 동물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이다. 박쥐는 특유의 비행능력, 초음파 감각, 낮은 시력과 함께 긴 수명과 관련한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박쥐 유전변이를 분석해 인간 수명과 질병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울산과학기술원(UNIST)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 연구팀은 황금박쥐로 잘 알려진 `붉은 박쥐` 유전체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외에 사람이 죽는 대표 원인 중 하나인 ‘암’에 잘 걸리지 않아 항암 연구의 대상이 되는 동물도 존재하다.

암에 잘 걸리지 않는 대표 동물은 다름 아닌 ‘코끼리’. 코끼리는 암에 잘 걸릴 수밖에 없는 유전적 특징을 지닌 몸집이 큰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암에 잘 걸리지 않아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동물 몸집이 크고 세포 수가 많으면 세포가 분열할 때 DNA 돌연변이가 발생하기 쉬워 질병에 더 잘 걸리는데 반해 코끼리는 사람보다 세포 수가 100배나 더 많은데도 암 발생률은 5% 미만이다. 사람의 암 발생률이 33~50%인 것을 감안하면 코끼리는 사람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아직 코끼리의 암 발생이 낮은 유전적 원인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암에 강한 코끼리에게서 `항암 유전자`를 찾으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일종의 `암세포 킬러`인 코끼리 유전자를 연구하면 인간 암 정복과 인간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중이다.

이러한 코끼리보다 더 오래 사는 최장수 척추동물은 북극 바다 그린란드상어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그린란드상어 수명은 400년 이상으로 장수 동물 북극고래의 평균 수명 211년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린란드상어 장수 비결은 ‘온도’와 ‘대사 속도’로 꼽힌다. 수온이 낮은 북극 바다에서 살다 보니 신진대사가 느리게 진행돼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 미시건대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온도가 낮아지면 DNA 손상이 줄어들고 노화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인간의 오랜 꿈, ‘생명 연장’. 과연 벌거숭이두더지쥐, 박쥐, 코끼리, 그린란드상어 등 동물들은 인간의 생명 연장의 꿈에 결정적인 해답을 줄 수 있을지 전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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