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지혜 수습기자 / 디자인 김미양] 노동 착취가 처음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유명 디자이너가 견습생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급여를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여론은 들끓었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는 방송, 소셜 마케팅, 의료계 등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오늘날엔 유독 노동에 관한 논란이 많다. 가령 갑질 논란, 열정페이, 도제식 노동, 태움, 크런치 모드 등의 용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방증한다. 한편 방송 업계 종사자들의 기 막히는 현실은 유독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방송 산업에서의 ‘디졸브 노동’이 예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는데도 말이다.

디졸브(dissolve)는 본래 한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로 나타나는 장면 전환 기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 20시간에 달하는 노동을 하고도 아주 잠깐 눈을 붙이거나 간신히 씻고 난 다음에 촬영현장에 곧바로 투입되는 노동과정을 묘사하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다.

방송의 현실은 이러하다. 비가 쏟아져 감전을 당하면서도 촬영을 감행하고 잘 고정되지 않은 세트가 무너져 부상을 입거나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세트장 건물의 스크립터가 화재사고로 이어지는 등 크고 작업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시시각각 발생한다. 제대로 된 임금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처럼 열악한 환경까지.

하지만 아무도 방송 산업 종사자들의 부상과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계약 시, 안전사고에 대한 명확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착취는 구직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과 신규 취업자들이 일이 힘들어도 감수하겠다는 간절함을 악용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장에 발맞춰 구성원들이 공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불만과 업무 비효율만이 남게 된다. 업계 전반에 걸쳐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와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이다. 생존을 위해 혹은 자신의 꿈을 위해 시작한 노동에 정당한 대가나 합리적인 대우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자녀가 혹은 나의 형제가 이처럼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방관할 수 있었을까.

노동자로써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 체계가 마련되는 동시에 실현 가능한 대안이 제시되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사회의 모든 노동자들이 웃으며 작업에 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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