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마블’ 시리즈 영화가 연이어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물론 과학 원리와 각종 희귀 금속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많아졌다. 물론 대부분이 영화적 상상력을 입힌 것이라 현실 세계와 동일시하기에 무리가 따르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논의되는 사안이기도 해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중 최근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하나가 우리 현실 속 희귀 금속에 대한 이야기다.

마블 영화 속 완벽한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 속 희소 금속 ‘바나듐’이 최근 국세 사회의 논의거리로 떠올랐다. 강도가 좋고 다양한 장점으로 여러 곳에 사용되는 ‘바나듐’ 가격이 3년 새 10배 이상 폭등하면서, 바나듐을 원료로 사용하는 지구촌 철강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바나듐(vanadium)은 원자번호 23번 원소의 전이금속으로 원소기호는 V이다. 여느 전이금속 화합물들처럼 바나듐 역시 다양한 색을 띠는 아름다운 금속으로 꼽히는데, 이름도 이러한 특성을 담아 스칸디나비아의 미의 여신인 바나디스(Vanadis)의 이름을 따 ‘바나듐’으로 명명되었다. 특히 독버섯과 멍게 등에도 바나듐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어 아름답고 오묘한 색을 띠기도 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바나듐은 높은 강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연성과 전성이 좋아 가공이 용이하고 알칼리, 황산, 염산에 대해 강해 내부식성까지 뛰어나다. 상상 속 ‘비브라늄’에 비할 바 아니지만 현실 속에서는 다양한 장점으로 활용도가 높아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바로 ‘바나듐’인 것이다.

특히 바나듐은 강철에 소량만 첨가해도 강철의 강도를 눈에 띄게 끌어올리고 높은 온도에도 견딜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바나듐이 소량 첨가된 강철을 ‘바나듐 강’이라 하는데 바나듐의 함량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 함량이 0.15~0.25%인 것을 ‘바나듐 고탄소강’, 1~5%인 것을 고속 공구강이라 한다.

이 중 바나듐 강은 자동차의 축, 크랭크 축, 자전거 골격, 기어, 미사일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며, 고속 공구강은 이름처럼 고속 절삭 공구, 수술용 칼 등 수술 도구에도 사용된다. 한 학계에 따르면 바나듐은 마치 마블 영화 속 ‘비브라늄’이 그러하듯 실제 무기에 사용되기도 해 비교할만한데, 고대부터 아랍과 인도에서 예리한 도검을 만드는 데 사용한 우츠강과 다마스커스강에도 미량의 바나듐이 들어있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게다가 바나듐은 최근 그 활용도가 더욱 커지며 점점 더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1월부터 지진에 따른 건축물 피해를 막기 위해 철근의 강도를 높이는데, 이때 바나듐을 이용할 예정으로 이로 인한 바나듐 수요량은 연간 1만 톤가량으로 추산된다. 또 바나듐이 리튬을 누르고 배터리에 이용되는 금속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다만, 유럽에선 바나듐을 독성 물질로 분리해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등 환경오염 논란도 있어 이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러한 추세에 바나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2015년 대비 2018년 3년 만에 10배 넘게 가격이 상승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해도 2.5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바나듐의 가격 상승세는 전체 광물 중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와 희소가치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전 세계 철강업계의 갈망을 한 몸에 받는 바나듐.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바나듐을 현실 속 ‘비브라늄’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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