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좀비 영화를 관람할 때면 간혹 이 세상에 정말 ‘좀비’가 나타나 마구 전염된다면, 그 얼마나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세상이 될까라는 다소 쓸데없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있다.

아무런 의식 없이 닥치는 대로 사람을 해치는 좀비처럼, 그 어떤 의식과 개념 그리고 양심 없는 이들이 벌이는 범죄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람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의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사회에 불안감과 불신을 조성하고 있기에, 의식 없이 어슬렁거리며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좀비와 비견할 만하다 할 수 있다.

지난달 시내 도로에서 좀비 같은 이들이 벌인 무개념 행동이 자칫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 이들은 도심이 붐비는 출근 시간 180km/h에 육박하는 속도로 도로를 트랙삼아 경주를 벌이다 결국 사고를 냈는데, 심지어 블랙박스에 고의성 다분한 대화까지 녹음돼 경악케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 도심에서 최고 시속 177km로 차 경주를 벌이다가 교통사고를 낸 2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30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난폭운전, 사고 후 미조치, 공동위험행위 등 혐의로 장모(24)씨와 김모(24)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함께 모의해 현장에서는 도주했으며 일반 사고처럼 꾸미는 전형적인 비양심 콤보를 보여주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와 김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8시 44분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도로에서 각각 벤츠와 머스탱 차량을 몰고 경주를 벌였다. 이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자행된 도로는 제한속도 시속 60km인 곳으로, 무려 117km를 초과해 시속 177km로 달리는 등 속도위반과 중앙선 침범 등 불법운전을 이어가며 다수를 위협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이들은 정말 의식 자체가 없는 좀비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나는 사고 내고 갈 거야" "나는 신호 절대 안 지킬 거야"라고 말하면서 고의로 재미삼아 난폭 운전을 즐긴 것. 당시 시간은 출근 시간인 오전 8시44분경으로 여러 번 아찔한 상황을 거듭하며 광기 어린 질주를 이어갔는데, 특히 건널목을 건너던 행인조차 개의치 않는 장면은 욕마저도 아까울 지경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충돌의 여파로 장 씨의 차는 앞서가던 2.5톤짜리 화물차에 부딪혔고 김 씨의 차는 인도로 돌진해 가로수, 가로등, 주차된 오토바이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애먼 화물차 운전자가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가로수 등 총 1649만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 장 씨와 김 씨는 함께 자신들이 아닌 상황을 원망하는 듯한 욕설과 현장을 떠나자는 공모 섞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정말로 사고로 다친 화물차 운전자를 방치한 채 현장에 차를 버려두고 도망쳤으며 심지어 경주 중 벌어진 사고라는 것을 숨기고 보험금까지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경찰은 차량 등록번호를 조회해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출석을 통보해 사고 다음 날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조만간 두 사람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개념과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범죄를 보면 일말의 기본적인 의식조차 결여된 듯한 인간 이하의 행태를 보여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난다. 이는 명백히 현재의 법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타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행동이다. 이런 의식 자체가 결여된 범죄자들에게 법의 관용을 베푸는 것은, 결국 똑같은 좀비를 더 양산해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종의 태만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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