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이재원 수습기자]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매우 특별한 증인(?)이 등장했다. 바로 ‘살아있는’ 벵갈 고양이였고, 이 희귀한 상황은 크게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국감장에 살아있는 동물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질의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종종 ‘살아있는’ 동물을 국감장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퓨마와 닮은 벵갈 고양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가 등장해 큰 이슈가 되었다. 자그마한 철장 안에 갇힌 벵갈 고양이는 무자비하게 터지는 플래시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불안에 떠는 듯해 보였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퓨마 탈출 사건을 언급하기 위해 퓨마와 비슷한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온 것이라며 국감을 위해 어렵게 데려와 며칠간 애지중지 돌봤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행동이 탈출한 퓨마의 사살을 둘러싼 동물학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자신의 질의와 모순되게 고양이의 습성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짓이라며 오히려 동물학대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김진태 의원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아이(벵갈 고양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밝혔으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두 번째, 골칫거리 생태 교란종 뉴트리아

2014년 10월,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괴물 쥐' 뉴트리아가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미가 원산지인 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되어가는 골칫거리 외래동물이다. 이 날 뉴트리아를 데려온 주인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용남 의원으로, 그는 환경부가 체계적 공조 없이 벌인 뉴트리아 퇴치 사업의 결과에 대해 질타를 하기 위해 뉴트리아를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철장에 갇힌 뉴트리아는 국감장에서 12시간이나 대기했지만, 환경부 국감이 파행되면서 결국 증인석에 서지 못한 채 자신의 서식지로 돌아갔다. 12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의원들의 설전만 보고 돌아간 뉴트리아는 김의원의 보좌관들이 준비한 과자, 포도를 먹으며 대기 시간을 견뎌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세 번째, 1m 남짓의 거대한 토종 구렁이

2010년 10월, 1m가 넘는 거대 능구렁이가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이 구렁이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차명진 의원이 데리고 나온 것으로, 당시 차 의원은 “2007~2009년 중 밀렵 및 밀거래 단속에서 적발된 동물 중 163마리가 멸종위기종이고, 특히 구렁이 밀렵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구렁이를 증거로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밀렵’에 대해 질의했다.

차의원이 들고 나온 토종 구렁이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에 선정된 보호종으로, 밀렵꾼에게 포획됐다가 환경단체에 의해 구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토종 구렁이의 가격이 1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이 해 국정감사에는 구렁이와 더불어 살아있는 낙지도 등장하여 국정감사가 ‘국감 소품쇼’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다.

매년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질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한 소품을 동원한다. 생생한 소품을 통한 질의는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종종 등장하는 ‘살아있는’ 동물들이다. 해당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감장에 노출시키는 것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이며 학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국감이기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며 모쪼록 좋은 취지에서 데려온 만큼 그로 인한 또 다른 논란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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